'아재폰' 인식, 통계로 입증…플래그십 제품 판매량,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
하위 티어 제품, 상급 모델 이미지 덕에 판매되기도…재정비 신중 기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에 대한 재편을 꾀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사진=삼성전자 제공


2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 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 노트 20 시리즈를 내놓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부팅 로고에 제품명을 넣었다. 그러나 S21 시리즈부터는 제품명은 사라지고 'SAMSUNG'과 'GALAXY'만 나오도록 단순화 했다. 이와 관련, 제품명을 배제하고 삼성과 갤럭시를 강조해 브랜드를 적극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뉴 브랜딩 전략을 준비 중이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초에도 삼성전자가 다양한 상황 고려해 갤럭시 브랜드 운영방식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만큼 갤럭시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든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지금도 유무형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갤럭시 브랜드에는 10만원대부터 200만원을 넘는 제품들이 혼재돼 있는데, 애플 아이폰 전 라인업이 모두 플래그십으로 나오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는 대표 상품인 노트·S·폴더블 시리즈와 중저가형 A·M 시리즈가 갤럭시로 한데 묶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제품의 급에 따라 포지셔닝을 새로이 함으로써 브랜딩을 강화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생활가전사업부의 '비스포크'와 같은 개별 라인업을 선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브랜드를 론칭하기 이전인 2010년, 브랜드 가치만 해도 5조원을 넘는 '애니콜'을 과감히 폐기한 바 있다. 이번에 재차 갤럭시 브랜드에 대한 손질이 이뤄진다면 대대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리브랜딩을 꺼내든 건 '갤럭시는 아재폰'이라는 인식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70% 가량은 갤럭시를 쓰지만 29세 미만으로 따져보면 45%로 그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20대 여성 60%, 30대 여성 45%는 아이폰을 쓴다는 통계가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갤럭시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갤럭시=아재폰' 등식을 뒷받침한다.

플래그십 제품 판매량은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 한때 연간 전세계에서 7000만대씩 팔리던 갤럭시 S 시리즈 판매량은 2000만대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12 시리즈를 1억5000만대나 판매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늘렸다.

   
▲ 갤럭시 Z폴드3·Z플립3을 공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사진=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당사가 쌓아온 이미지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실상은 갤럭시 브랜드 자체의 한계가 판매량으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값이 비싸지만 갤럭시라서 사겠다는 소비자들보다는 저렴한데 중국산이 아닌, 믿고 쓸만한 브랜드이고 가성비를 따져 사는 경우가 많다는 평이다.

'최초' 타이틀로 무장한 삼성전자는 해를 거듭하며 S와 노트, 폴더블로 이어지는 혁신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도 중요하나, 자기 표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과시 소비가 MZ 세대의 특징인 만큼 브랜딩 강화가 요구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로고와 슬로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듬어지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THE VOYAGE', 'OVER THE HORIZON' 등의 사운드로 대표되는데, 종합적 브랜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A·M 시리즈는 S와 노트, 폴더블 등 플래그십 제품군의 이미지 덕에 판매되는 효과도 있는 만큼 리브랜딩에는 위험 요소가 수반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계에 봉착한 갤럭시 브랜드의 재부상을 위해서는 재편 작업은 필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주방 가전제품용 '비스포크' 브랜드를 론칭해 관련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 세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노태문 사장 체제의 무선사업부도 갤럭시에서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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