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문화재청에 '역사문화환경 개선 대책' 제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대방건설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따른 공사 중지 명령 가처분 신청을 인용 받아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공사를 재개한다. 같은 혐의를 받는 다른 2개 건설사는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대방건설은 장릉에 어울리도록 외관 디자인을 수정해 내년 6월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 대방건설 CI./사진=대방건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달 대방건설을 비롯해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김포 장릉 근처에 아파트를 건설하며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7층 높이인 20m 이상의 건물을 짓는 경우 받아야 할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혐의다. 해당 3개 단지는 대방건설 '검단신도시 노블랜드에듀포레힐' 대광건영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금성백조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은 16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 구씨의 능으로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다. 장릉 인근 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는 부지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경우 공사 중단 또는 원상복구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들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의 규모는 △'노블랜드에듀포레힐(대방건설)' 최상 20층, 1417가구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최상 20층, 735가구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 최상 25층, 1249가구다. 최대 20~25층 규모의 3개 단지들이 완공되면 김포 장릉의 조경을 완전히 가리게 된다. 더욱이 3개 단지의 공정률이 꼭대기 층까지 골조 공사를 마치고 내부 마감 작업을 하는 막바지 단계라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최악의 경우 이미 최대 25층까지 올린 아파트를 철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3곳의 건설사는 지난달 공사 중지 명령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달 30일 이 가운데 2건을 기각하고 1건은 인용했다. 이로써 아파트 44개 동, 약 3400가구 가운데 보존 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 2개 단지에 해당하는 대광건영의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금성백조의 '예미지트리플에듀'의 공사가 중지됐다. 

대방건설은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가처분이 인용됨에 따라 현장 공사를 다시 재개했다. 법원은 장릉에서 바라볼 때 대방건설의 현장이 2002년에 완공된 아파트를 포함해 3개 단지 뒤쪽에 위치해 경관 훼손이 미미한 점을 고려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아파트의 틀을 잡은 골조공사가 완료돼 나머지 공정이 진행되더라도 새로운 경관 침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방건설은 2019년 관할 기관과 건설공사인허가, 사업계획승인 등 절차를 밟으며 착공을 시작해 공사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까지 문화재 보호법 관련 행정지시를 받은 적이 없어 설계 변경이 불가능한 현 시점에 공사 중지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대방건설은 지난 2017년 9월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해당 택지를 매입했다. 대방건설은 이 택지는 이미 김포시청으로부터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은 곳으로 이때 장릉 외곽 경계로부터 500m 내 위치한 택지의 지구단위계획상 건축물 내용 모두 허용범위 내의 건설 공사로서 문화재 보호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검토하고 이를 공식 회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건설공사 인허가 담당 행정기관의 검토를 받아 2019년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고 같은 해 11월 착공신고를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이행했다"라며 "약 2년이 흘러 골조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관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행정지시 또는 명령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 문화재청이 인천 장릉 인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3곳 단지 위치도./사진=네이버 지도


공사 중지 명령이 떨어진 2곳 건설서와 더불어 대방건설의 운명은 이달 중순 정해질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오는 11일까지 각 건설사에게 '역사문화환경 개선 대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제출한 방안에 따라 문화재위원회가 대책 심의를 거쳐 향후 처분을 내리게 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 및 사회 여러 측면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2022년 3개 단지의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예비입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안일했던 건설사도 문제고, 그동안 공공공사 직원들과 인천 서구청 공무원들은 무얼했는지 의문이다"라며 "수분양자들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입주에 차질이 생기면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라고 비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건설사들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건설사 및 지자체들의 안일한 태도에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이 지속되면 우리 문화가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청원을 시작한 이 글은 현재 19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으로 인근 개발을 허용하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시민단체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은 지난해 유네스코에 정부의 태릉 주변 개발 계획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발송해 유네스코로 부터 "해당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라는 회신을 들은 바 있다.

대방건설은 이미 공사된 아파트 골조는 유지한 채 외관의 디자인 등을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 앞두고 있는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외관의 색채나 패턴 등을 장릉과 어울리게 시공하는 등 문화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경을 진행할 것"이라며 "수분양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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