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효과 기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사태’와 관련한 소비자상담이 7000여 건 접수되면서, 전체 상담 건 중 13%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모바일 상품권 등 ‘신유형상품권’에 대한 표준약관을 개정했음에도 불구, 신유형상품권 소비자 상담이 30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머지포인트는 당분간 음식점업에 한해 서비스를 축소 운영하고, 오는 4분기 안으로 서비스를 정상화 한다고 밝혔다./사진=머지포인트 홈페이지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스마트폰 사용 보급화와 함께 모바일 상품권 시장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불공정 관행 개선 요구가 잇따르자,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해 표준약관 개정안을 마련했다.

주요 개정내용으로는 ▲사용방법에 따라 상품권이 구분되도록 정의 규정 명확화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 적용범위 명확화 ▲물품·용역 제공형 상품권 발행 시 환불사항 표시 의무화 ▲신유형상품권 종류와 상관없이 유효기간 1년 이상으로 설정 ▲유효기간 도래 관련 통지의무 강화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 명시 등이다.

그러나 16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1372소비자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비자상담은 5만 24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4534건) 감소했으나, 신유형상품권 상담 증가율은 2855.3%로 무려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뒤를 이어 건강보험(26.6%), 보석·귀금속(19.1%)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유형상품권’ 주요 상담 내용은 사용처 축소 등으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지연되거나 거부당한 상담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다발 품목 역시 신유형상품권이 700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사투자자문(2685건), 이동전화서비스(1548건)가 뒤를 이었다.

또한 소비자원 데이터에 따르면, 전월 대비 소비자상담 증가율은 건강보험이 58.5%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미용서비스(22.4%), 택배화물운송서비스(13.1%) 순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요청했으나, 지급이 지연되거나 거절당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제기했으며, ‘미용서비스’는 모발 손상, 염색 색상 불일치 등으로 인한 처리방안 문의가 증가했으며, ‘택배화물운송서비스’는 운송물 파손 및 분실 관련 상담이 다발했다.

   
▲ 2021년 9월 소비자 빅데이터 트렌드./자료=소비자원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신유형상품권 상담 건은 ‘머지포인트’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이뤘다”며 “이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서비스망(SNS) 등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여러 모바일 상품권 등이 등장한 점도 증가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은 동네 영세 자영업자부터 거대 프랜차이즈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면서 “(표준약관을)사용할지 안할지는 사업자의 자유로, 어디까지나 권고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머지 사태와 관련해, 불공정 약관으로 신고 들어온 것은 없다”며 “약관의 불공정성이 이유라기보다 사업자의 채무불이행이 주된 원인으로, 민사 소송 등 사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머지포인트와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관련 전문가의 의겸수렴과 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선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업체인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판매자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판매 중개업체도 같은 의무를 지우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한편 카페와 편의점 등에서 20% 할인 결제로 인기몰이를 했던 모바일 플랫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지난 8월 11일 포인트 판매를 중단 및 사용처 축소를 발표하면서, 환급 방법을 문의하는 소비자 상담이 급증해 8월에도 1만 6000여 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권남희 머지포인트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거듭된 환불 약속 요구에도 불구, 구체적인 환불 일정을 언급하지 않아,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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