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만나 “함께 정권 재창출 이루겠다” 협력 약속
이낙연,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 맡으며 선대위 구성에 속도
두사람 사이에 쌓인 앙금과 지지자 간 화합은 해결해야 할 과제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선 2주만인 지난 24일, 종로의 한 찻집에서 만나 "함께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원팀'을 강조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경선 과정에서 입은 상처와 지지층 간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어 '원팀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구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서 이 후보와 만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하자 이 후보더 "함께 정권 재창출을 하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시작 전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당원 지지자들께서 여러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대의를 버리지 마시길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찻집에서 회동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에 이 후보는 "우리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같은 DNA를 가진 팀원"이라며 "제가 부족한 부분을 (이낙연) 대표로부터 채우고 수시로 조언을 얻고 함께 정권을 재창출해서 국가와 미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밝게 여는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30분간 이어진 이날 회동은, 이 전 대표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직을 맡기로 하고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인 '신복지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복지 공약'을 자신의 직속 선대위 제1위원회에서 직접 챙기기로 한 것은 이 전 대표 지지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의 '신복지 정책'은 소득·주거·고용·교육·의료 등 8개 항목마다 국민 생활 최저기준과 중산층 기준을 설정하되, 최저기준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회동에 참여한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이었던 오영훈 의원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고 협의한 결과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며 "두 사람이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측 박찬대 의원은 회동 후 "구체적 (직책) 요청은 안 했고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다"며 "참여 방법을 '상임고문이라는 직책으로 하는 게 맞겠다'고 두 분이 의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으로 이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 출범의 물꼬를 트게됐다. 또한 두 사람이 민주당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원팀 선대위'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무효표 처리'를 문제삼으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등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여서 이들과의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이날 회동장 앞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이재명, 후보 사퇴하라", "사사오입 철회하라", "조폭 이재명 꺼져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전 지지자들 간 갈등을 의식한듯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그리고 마음에 남은 상처가 아물도록 당과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회동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마음이 다 풀어지지 않은 분들도 계신 줄 안다"며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가능하다면 그분들과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이 전 대표 지지층을 끌어 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가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39%을 기록하며 40%에 육박하는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후 선대위 구성에 이낙연측 의원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이낙연 측 오영훈 의원은 지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도 참모들끼리 상의해서 참여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25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회동이 '원팀 선대위' 구성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봐야하겠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대위 인선이 어떻게 이뤄질지, 또 이낙연 측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도 지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낙연 전 대표가 2주간의 칩거를 끝내고 정권 재창출을 돕겠다며 이 후보와 손을 잡은 가운데, 이낙연-이재명의 '원팀 선대위' 구성이 순조롭게 이루어 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