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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갈등으로 번진 한국씨티 사태…소비자금융 구조조정 안갯속
금융위 "사업부 정리는 인가대상 아냐" 노조 "졸속결정, 법부터 고쳐야"
승인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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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10-28 14: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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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22일 소비자금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27일 단계적 폐지를 인가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그동안 단계적 폐지 여부를 당국의 인가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노사갈등의 불똥이 노사정으로 튀어버리는 형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오후 3시 본회의에서 씨티은행 이사회의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은행법상 인가 대상 아님'으로 결정했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가 현행 은행법 제55조 상 폐업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자산 점유율 30.4%의 소비자금융을 정리하는 대신 점유율 69.6%의 기업금융은 씨티은행의 브랜드를 달고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업부를 정리하는 것일 뿐, 은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은행업의 폐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 한국씨티은행 본점 /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또 우려되는 금융소비자 피해도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절충할 수 있는 만큼 현행법상 불명확한 법문언을 과대해석할 필요가 없고, 과거 구조조정 사례와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가 마련한 조치명령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인가요건을 충족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에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상세계획을 마련해 이행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은행 이용자 보호계획의 기본원칙 △단계적 폐지 세부계획 및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및 이용자 보호방안 △개인정보보호 및 금융사고 방지계획 △내부 조직·인력 운영계획 △기타 은행 이용자 보호위한 필요사항 등을 망라한 내용을 정리해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노조가 언급한 콜롬비아 씨티은행 사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사측이 단계적 폐지 결정을 거둬들이고 콜롬비아씨티 사례처럼 시기를 두고 재매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콜롬비아씨티는 지난 2016년 통매각에 실패했지만 2년 뒤 재매각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씨티의 가치를 유지해 시간을 두고 재매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사례를 매각 유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콜롬비아 사례는 2016년 매각추진 시 매수의향자가 선정됐으며, 추가 협의 끝에 2년 후 해당 매수의향자의 자회사에 매각한 사례로 매각을 유보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덧붙여 "은행 영업부문 매각 여부, 시점 등은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사항"이라며 "단계적 폐지가 폐업 인가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위는 인가요건 충족 여부 등을 판단할 뿐 은행의 영업부문 매각 여부, 시기 등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사 일에 당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당국이 인가한 HSBC 소비자금융 철수에 대해서도 '은행업 폐업'과 '외은지점 폐쇄'는 별개의 법 조항이라는 점을 들어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지난 2013년 7월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철수 계획을 선언한 HSBC는 금융위의 인가로 이듬해 3월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당시 은행법 제58조제1항 상 인가제도를 적용해 HSBC의 국내 10개 외은지점 구조조정을 용인했다. 금융위는 은행업의 폐업인가를 결정하는 은행법 제55조제1항과는 별개의 제도라는 점을 들어 HSBC도 은행업 폐업에 대한 인가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폐쇄지점의 자산과 부채가 모두 서울지점으로 일괄 이전·정리될 예정이었고, 예금자 등 채권자에게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대부분 직원들이 명예퇴직에 동의한 데다 명퇴를 신청하지 않은 직원도 재배치할 것임이 확약돼 당시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로선 사업정리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질 요인이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의 영업무문 일부 폐지 사례에 대해서는 "해당 금융업 전부를 영위하지 않는 경우였다"며 "영업대상을 축소해 금융업을 지속하는 경우와 성격이 다르다"고 답했다. 

2005년 6월 하나은행은 자산운용사 업무의 일부 폐지를 신청했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관련 인가절차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하나은행이 자산운용을 '겸업'으로 한 점에서 씨티은행이 '전업'으로 삼던 소비자금융과 결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으로서의 관리 권한을 포기한 것"이라며 당국의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 사진=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제공


당국이 사업부 정리로 촉발된 노사문제에 사실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히면서, 금융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규탄성명서에서 금융위가 현행법의 문제점을 언급한 점을 들어 "금융위 스스로 법이 미비함을 인정한다면 결정을 유보하고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라며 "'반드시 법에 따라 신중하게 심사하겠다'는 대만 정부와 달리 이렇게 급히 졸속적 결정을 내리는 금융위는 대한민국 정부부처인가 미국의 정부부처인가"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300만 고객이 더 이상 예금, 대출, 카드, 외국환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합병이나 영업 양도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다"며 "거래은행을 다 정리해야 하는 경우와 거래를 다른 간판을 단 은행에 가서 해야 하는 경우 중 어느 것이 더 불편한지 길 가는 중학생에게 물어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지난 6일 치러진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답변과 당국이 밝힌 의견과 대비되는 점도 노조의 화를 키우고 있다. 

당시 국감에서 민병덕, 배진교 의원은 이번 사태가 금융위 인가 대상인지를 물었고, 고 위원장은 "인가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매각 방식이 결정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은 나중에 검토를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국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법률자문단 관련 회의는 지난 7월부터 5차례나 진행한 것으로 돼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인허가 권한을 포기한 선례로 남게 된다"며 "10만 조합원은 금융위의 금일 결정을 강력 규탄하며,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사는 지난 22일 희망퇴직 시행안에 합의했다.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 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희망자에게 '최장 7년'까지 기준 월급의 100%를 보상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이다. 직위, 연령 등의 제한은 없으며 지급 최고 한도는 7억원이다. 또 특별퇴직금 외 희망퇴직자에게 창업지원금 및 경력전환 휴가보상금 명목으로 2500만원을 추가 지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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