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이어 케뱅, 고신용자 마통 발급 중단…중·저신용자 이벤트 강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장세를 신고했다. 카뱅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95.6%나 늘었고, 케뱅은 출범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카뱅은 여신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와 플랫폼 및 수수료 비즈니스가 성장한 덕분이라고 평가했고, 케뱅은 여수신 확대와 예대마진 구조 안정화가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고 실적장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고신용자 여신사업의 위축으로 4분기 실적을 비롯해 내년 실적을 두고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펼치고 있는 데다, 은행별로 '중·저신용자 대출 쿼터'를 충족할 것을 요구하면서 신용도가 우수한 고신용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두 은행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로 상환능력이 우수한 차주들을 선별해 대출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손비용 증가 여파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 사진=각사 제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과 케뱅은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 여신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다. 카뱅은 지난달 1일부터 마이너스 통장의 신규발급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같은달 8일부터 고신용자 신용대출, 직장인 사잇돌대출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이들 상품의 신규 대출은 연말까지 막힐 전망이다. 

당초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신규 일반 전월세보증금대출도 막는다는 계획이었지만, 당국이 끝내 입장을 선회하면서 전월세대출은 최근 허가하기로 했다.

케뱅은 신용대출 한도를 1억 5000만원으로 규제하며 대출총량 한도 유지에 힘쓰고 있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마통은 고신용자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케뱅은 전날 자료를 통해 오는 6일부터 연말까지 고신용자(KCB 820점 초과) 마통 신규 발급 및 증액신청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케뱅은 지난달 2일 이 상품의 대출 최대한도를 1억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같은 달 8일부터는 개인 한도를 연 소득 100% 이내로 적용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케뱅 관계자는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동참하면서, 중·저신용 고객들의 이자부담 경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 활성화 등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은 제한 없이 활짝 열려있는 모습이다. 카뱅은 당국의 총량규제에도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햇살론 등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대출상품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케뱅도 중·저신용자들의 마통 신규 신청, 증액 등이 제한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저신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신상품에서 캐시백 프로모션을 펼치는 모습도 포착된다. 카뱅은 지난 6월부터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중신용비상금대출 등을 신규로 받은 중·저신용자에게 첫 달 이자를 지원하는 한편, 수신상품인 '26주 적금'의 이자를 2배로 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카뱅은 당초 1개월 단기 이벤트를 기획했지만 10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했고, 지난달 연말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케뱅도 만만치 않다. 케뱅은 신규로 △신용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비상금대출 △사잇돌대출 등 4개 상품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에게 두 달치 이자를 지원해주는 '대출이자 2개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케뱅은 지난 9월부터 10월 말까지 해당 이벤트를 구상했지만, 지난 1일 2개월 추가 연장키로 결정했다. 

더불어 차주가 중대 사고 등으로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가 대신 대출을 상환해주는 '대출안심플랜' 서비스까지 자비 부담으로 제공하고 있다. 두 은행이 역마진이 우려될 만큼 중·저신용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쿼터'가 사실상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뱅이 3분기 말 기준 13.4%, 케뱅이 2분기 말 기준 15.5%다. 카뱅과 케뱅이 당국에 제출한 올해 중·저금리 신용대출 비율(잔액기준) 목표는 각각 21.5%, 20.8%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컨퍼런스콜을 가진 윤호영 카뱅 대표도 4분기 여신실적 부진이 우려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중·저신용자 비중을 끌어올려 당국 요구에는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표는 "10월 초 대출을 연말까지 한시 조정했다"며 "4분기 여신 성장은 2~3분기보다 약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중신용대출 비중은 잔고말 기준 13.4%로, 작년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연간목표인 20%는 최대한 달성 가능토록 노력 중이다"며 "9월 한 달 간 발생한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 비중이 40%를 상회한다"고 전했다. 

'산토끼'인 중신용자의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건 고무적이지만, 당국이 요구한 쿼터를 충족하기 위해 '집토끼'격인 고신용자를 인위적으로 옥죄게 된 만큼 4분기 여신수익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시인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기반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권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유입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때 아닌 (고신용자) 대출중단으로 비정상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총량규제를 지키면서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지켜야 하다보니 중·저신용자 대출이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출총량 규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은 제외해주는 등의 예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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