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참관 없이 포렌식…'편법 압수수색' 의심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검 감찰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명분으로 전·현직 대검 대변인들이 언론 대응용으로 쓰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검찰청 서초동 청사. /사진=대검찰청 제공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했다. 이를 두고 대검 감찰부는 윤 전 총장이 연관됐다는 의심이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 및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부가 압수한 휴대전화는 서인선 현 대변인과 이창수·권순정 전 대변인이 사용한 기기로 나타났다. 서 대변인은 지난 9월까지 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새 기기를 구입한 뒤 공기계 상태로 휴대전화를 보관했다는 후문이다. 

감찰부는 당시 "휴대전화 임의 제출은 감찰에 협조하는 차원이며, 감찰에 비협조한다면 그것 역시 감찰 사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행위가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대변인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포렌식 절차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자였던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감찰부에 요청했으나, 감찰부는 대변인실 서무 직원이 참관해도 된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서무 직원은 자신이 휴대전화의 실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포렌식 참관을 거절했다. 결국 감찰부는 사용자 참관 없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해 자료를 확보한 뒤, 서 대변인에게 다시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감찰부의 조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보 담당자와 기자단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휴대전화를 압수해 참관도 없이 포렌식 하는 행위가 '감찰'을 명분으로 언론의 취재활동을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검 감찰부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물밑 협의'를 바탕으로 휴대전화를 압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가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는 피하면서, 감찰부가 영장 없이 확보한 자료를 '감찰부 압수수색' 형태로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공수처는 지난 5일 압수수색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대검 감찰부는 뒤늦게 내놓은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진상조사는 감찰활동의 일환으로 수사는 아니나 신중을 기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절차에 준해 공용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변인에게 '제출을 안 하면 감찰 사안'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한 사실은 없다"며 "형사소송법상 포렌식 단계에서 현재의 보관자에게 참관 기회를 부여하고 진상조사와 관련된 정보가 나올 경우 통보하면 됐으나 이미 3회의 초기화가 진행된 상태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어 사후 통보를 할 여지도 없었다"고 했다.

덧붙여 "금번 포렌식은 진상조사 취지에 엄격히 한정해 실시한 것일 뿐 언론활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제한을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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