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한 일요일 특근, 공장 노조 대표자들이 거부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제전환도 불투명
[미디어펜=김태우 기자]4분기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던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의 특별연장근로 추진반대로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현대차 노사는 이달부터 일요일 특별근무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대차 개별 공장의 노조 대표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 나아가 이같은 노조의 행보로 인해 현대차의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의 전환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사업부 대표는 전날 특별연장근로와 관련한 9개 사업부대표 회의를 진행했다. 완성차공장(1~5공장) 사업부 대표들은 특별연장근로 동의 서명을 거부하는 것과 함께 일요일 생산특근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현대차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겪었다. 원활한 고객인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적체도 심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4분기 최대 생산에 따른 특근 계획을 수립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 등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지만, 울산1·2공장 22회, 울산3공장 14회, 울산4공장 16회, 울산5공장 51라인 16회-52라인 18회, 아산공장 18회 특근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득이하게 공장이 멈춰 섰고 이를 만회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특근계획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앞서 현대차 노사는 이달부터 일요일 특근을 진행하기로 지난달 합의 한 바 있지만 노조에서의 갑작스런 반대표에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2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빚어진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일부 모델은 차량 출고까지 1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치를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수정했다. 연간 목표인 400만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4분기에 109만대 이상을 생산·판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요일 특근은 절실한 상황이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위기다. 

생산차질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의 뜻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노조의 모습에서 미래산업을 준비중인 현대차의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도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산체제의 주축인 국내 공장이 과연 완성차에서 로봇과 비행체로의 생산 전환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내 공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그걸 수용할 지도 미지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고용과 해고를 통한 인력조정 뿐 아니라 직무전환 측면에서도 경직성이 심하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노조의 힘이 강한 현대차와 기아는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노조와 협의를 하느라 양산 돌입이 늦어지고, 생산 효율화 측면에서 공장별로 물량 배정을 바꾸는 데도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작업 난이도가 이전보다 높다고, 혹은 야근‧특근비를 보장받을 물량을 놀고 있는 공장으로 옮긴다고 반발하며 수시로 공장을 멈출 수 있는 게 노조의 막강한 파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격변기에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과 연구개발(R&D)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며 "근로자들이 회사전략에 협조해야 생존의 길에 함께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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