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40년 됐는데, 한 팀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우승을 다투는 것은 두산이 최초다.

두산은 10일 끝난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를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1차전 대구 원정에서 6-4로 이겼고, 2차전 잠실 홈경기는 11-3 대승으로 장식했다.

두산이 그 어느 팀도 해보지 못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번 2021시즌에 일궈낸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 할 만하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지난 6년간 한국시리즈 단골 멤버였던 두산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순위였다. 하지만 두산이 4위를 한 것조차 거의 기적에 가깝다.

   
▲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이끈 두산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지난 시즌 후 두산은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허경민, 정수빈 두 명의 팀내 FA(자유계약선수)를 붙잡았지만 또 다른 FA 오재일은 삼성으로, 최주환은 SSG로 떠나보내야 했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가운데 선발진의 축이 돼줄 것으로 기대됐던 이영하와 유희관이 부진에 빠지면서 로테이션이 힘들어졌고,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던 박치국도 부상으로 빠져 마운드도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오재원 등 주전급 선수들의 크고작은 부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팀을 4위로나마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끈 것만으로도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가을야구가 시작되면서 두산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외국인 에이스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 이전 또 다른 외국인투수 로켓은 팔꿈치가 고장나 아예 시즌 아웃됐다.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가 빠진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출발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을야구가 시작되자 두산은 '미라클 두산'을 소환했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승1패로 통과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LG를 2승1패로 물리쳤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삼성은 아예 2연승으로 눌렀다. 

모두 김태형 감독이 일궈낸 기적의 레이스다. 선발투수 부족 사태를 '불펜 야구'로 메웠다. 이영하, 홍건희가 '선발같은 구원투수'로 맹위를 떨치며 위기의 팀을 구했다. 타선은 불타올랐다.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덕아웃 분위기를 '가을야구 맞춤형'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은 두산 선수들로 하여금 가진 것 이상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내도록 만들었다.

치밀한 타선 구성, 한 치 오차 없는 투수교체 타이밍, 필요할 때면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심판과 밀당을 벌이고, 상대팀 벤치의 승부수나 무리수에는 가차없는 응징을 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15년부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고정 출연이다. 지난해까지 우승은 3번 했다.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만든 것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출발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최초의 팀이 된 것도 '명장' 김태형 감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와 만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다툰다. 이번에도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두산의 열세다. 하지만 두산에는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김태형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며, '미라클 두산'의 2021년판 완결편은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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