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시스템 반도체 1위 향한 '광폭행보'
미래시장 대비, 반도체 동맹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격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시너지 확대는 물론,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테일러시를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확정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 규모 중 최대다.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치열한 파운드리 시장…이재용의 결단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1위 대만 TSMC는 미국과 일본에 잇달아 투자를 결정했고,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차세대 기술과 공정 확보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계획 확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우려가 나왔다. TSMC와 인텔에 비해 의사 결정 속도가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삼성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5년여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신규반도체 공장 계획을 최종확정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뚜렷해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부지를 확정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도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됐다. 이를 통해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신규 고객 확보도 기대된다.

향후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성장에 큰 힘을 불어 넣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영진과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했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 등 미래 산업 협력을 논의 했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은 자체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특화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데 자체 설계 반도체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테일러시 등에 조성하는 최첨단 파운드리 시설을 앞세워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해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올라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지속해 왔다. 올해 첫 일정도 시스템 반도체 현장에서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사장단 회의와 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문해 왔다.

이 부회장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파트너사와의 협력 강화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EUV 장비 생산업체 ASML를 찾았다. 이 곳에서 이 부회장은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 했다.

ASML은 독보적인 EUV 노광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ASML의 장비는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 존 코닌 상원의원(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에서 삼성전자의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생산 공장 건설부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투자 미국도 환영…한미 반도체 동맹 ‘훈풍’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미국은 삼성의 이번 투자를 크게 반겼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백안관과 미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미 반도체 동맹’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날 브라이언 디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의 공급망 보호는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대 우선 과제”라며 “삼성의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삼성의 투자 결정에 매우 기쁘다. 반도체 생산 시설 확충은 경제 안보를 위해 절대적이고, 삼성을 포함한 반도체 업체와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