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신뢰 손상, 중국엔 업신여김, 일본은 대화 끊겨”
“종전선언,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돼야 한다”
“이재명의 가쓰라 태프트 협약 언급, 국제정치에 대한 무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임기가 6개월여 남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낙제점”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 안보에 오히려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1977년 제11회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관이 됐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는 김영삼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국회 외토위원장을 지내며 각종 외교 현장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밀접한 교분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자격으로 방미해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1대1 단독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여야의원 한미 백신스와프 촉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16./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30일 ‘미디어펜’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한미동맹은 신뢰가 손상됐고, 중국에는 업신여김을 받고, 일본과는 아예 대화가 끊겼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고립되고 소외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경제안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각료를 임명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아직도 외교부 내 경제안보TF를 격상한 수준이고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국회의 예산 확보만 기다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섣부른 종전선언은 그 취지와는 달리 한반도 안보에 오히려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는 북한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주한미군철수론을 촉발하며, 한미동맹을 무력화 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마치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선결조건인 것처럼 국민을 혼동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방한단을 맞아 ‘가쓰라 태프트 협약’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후보의 일천한 역사 인식과 국제정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약점을 보완하고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백신 등 전략 산업 보호와 육성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감정 외교를 지양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과 동시에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는 투트랙 리셋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은 금전적 보상에 집착하지 않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상외교, 의원외교를 활성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미국 방한단을 맞아 ‘가쓰라 태프트 협약’을 언급했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가?

“이재명 후보의 ‘가쓰라 태프트’ 발언을 듣고 충격스러웠다. 1905년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진 국제적 영향력과 한미관계는 차원이 다르게 변화했다. 이 후보가 이미 100년도 넘은 과거의 일을 미국 상원의원에게 ‘작은 그늘’이라고 언급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후보의 일천한 역사 인식과 국제정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다분히 반일, 반미 정서를 고려해 계산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대회선전 매체 ‘메아리’, ‘우리민족끼리’, ‘노동신문’은 을사늑약 체결이 116년 되는 지난 11월 17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미국이 일제의 치하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 논평을 쏟아 내고있는 상황과 이 후보의 발언이 오버랩 되어 우려스럽다.”

   
▲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5월 한미 백신협력 국민의힘 방미대표단 방문시 미국 하원들과 함께 백신 스와프에 대해 논의를 했다./사진=박진 의원실 제공

-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6개월여 남았다.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성과를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한미동맹은 신뢰가 손상됐고, 중국에는 업신여김을 받고, 일본과는 아예 대화가 끊겼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고립되고 소외된 적은 없었다.”

“대북정책은 처참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북한만을 외쳤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보란 듯이 폭파했다. 대한민국 해수부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잔혹하게 살해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비핵화는커녕 핵무장 강화와 미사일 개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항의 한마디 못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현실이다.”

“중국발 요소 수출 규제로 발생한 요소수 사태로 민생경제가 마비되고 국가 산업이 병드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경제안보 대응에 대해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조치만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안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각료를 임명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아직도 외교부 내 경제안보TF를 격상한 수준이고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국회의 예산 확보만 기다리고 있어 안타깝다.”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공을 들인 것 중 하나가 ‘종전선언’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종전만 분리해 정치적 선언을 할 경우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다.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한가?

“최근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심야 열병식에서 신형 ICBM 공개하고 SLBM 미사일 잠수함 시험발사를 감행하는 등 군사적 무장을 강화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점증하고 있다. 섣부른 종전선언은 그 취지와는 달리 한반도 안보에 오히려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이는 북한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주한미군철수론을 촉발하며, 한미동맹을 무력화 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임.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되어야 한다.”

“현재로써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가 중요함.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미국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뉴욕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나는 종전선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의 진전과 안보위협의 해소가 이루어지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검토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마치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선결조건인 것처럼 국민을 혼동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다.”

   
▲ 국민의힘 박진 의원과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2일 오전 서울 국민의힘 당사에서 미국 방한단을 접견했다. (왼쪽부터) 대니얼 크리튼 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존 오소프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윤석열 후보, 박진 의원,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국대사대리./사진=윤석열 선거 캠프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공을 들이는 사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우려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종전선언 이전에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과 국군포로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처음으로 ;미송환된 북한 내 전쟁 포로들 및 그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인권을 침해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말로만 인권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올해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며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규탄과 책임 규명을 외면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설익은 종전선언에만 매달리는 사이 최근 국제질서가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음. 미중 간의 치열한 글로벌 패권 경쟁은 한반도 상황과 우리의 생존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시스템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적인 대응책이 우선 마련하고, 남·북·미가 각각 직면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은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보는가?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도 우선 손상된 한미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한미 양국이 안보 동맹을 넘어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며,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 차기 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약점을 보완하고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백신 등 전략 산업 보호와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에 기반하여 자유무역, 항행의 자유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의 틀을 확대해야한다. 아울러 동맹 간 협력 복원을 위하여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양국 간 2+2 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정례화하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해 국제 제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일 관계 설정을 어떻게 가져야 될 것인가도 중요한 사안이다.

“한일 관계는 감정 외교를 지양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과 동시에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는 투트랙 리셋 외교를 펼쳐야한다. 경제안보 시대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일본의 ‘소부장’ 수출통제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한일 정상 대화를 추진해야한다. 과거사 문제 해결은 금전적 보상에 집착하지 않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상외교, 의원외교를 활성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한다면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최근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적인 해다. 한국은 중국과 ‘정경분리’를 통한 실리적 국익추구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환상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비정치적, 비이념적 분야의 실리적 공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고 중남미, 유럽, 아세안,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 우리의 주권, 생존권, 정체성에 대해 개입하면 단호히 거부해야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사드 ‘3불 정책’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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