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글로벌 시장규모 130조원 전망…미국·유럽·러시아·중국·한국 등 참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전기요금 급증과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등의 이슈에 직면한 지구촌이 다시 원자력을 찾는 가운데 중소형 원자로가 국내 원자력산업의 미래를 이끌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한무경·양금희·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와 에너지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학공학과 교수 등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지역난방을 비롯한 시설에도 적용되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 KAERI가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스마트·SMART)/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영국국립원자력연구소가 2035년 글로벌 SMR 시장규모를 390조~620조원으로 전망하는 등 향후 전망이 밝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곳에서 잇따라 대정전이 발생하면서 가스터빈 설비 등이 확대되고 있으나, 국제 액화천연가스(LNG)값이 치솟으면서 다른 발전원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에교협이 마련한 탄소중립 관련 토론회에서 "SMR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대형 원전에 비해 불리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화석연료 대체, 해외에서는 소규모 수요처의 담수 및 전원용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한국과학기술원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KAIST NEREC)가 개최한 언론인 대상 세미나에서 "원전 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에서 안전성·확장성·유연성·투자용이성 등을 갖춘 수요자 중심 기조로 바뀌고 있다"면서 "단일 부지에 복수의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영 가능한 덕분에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급 모델로, 현재 △액체금속냉각로 △기체냉각로 △용융혐 원자로를 비롯한 70여종이 개발되고 있다. 대형 원전이 100만개에 달하는 부품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SMR은 10만개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최신형 모델(4세대)의 경우 1만개 안팎까지 줄이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발전소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은 덕분에 건설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모듈형태로 구축하는 설비의 특성을 앞세워 대형 원전이 필요하지 않거나 들어서기 어려운 곳에도 자리잡을 수 있다. 외부전원 또는 냉각수 공급 없이도 설비를 유지하는 등 중대사고 발생률이 기존 대형 원전 대비 1000분의 1 이하로, 발전과정에서 나온 전기와 고온의 수증기를 활용한 수소생산도 가능하다.

이같은 강점이 부각되면서 미국 테라파워가 2030년 SMR 가동을 목표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각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도 해상부유식 SMR 개발에 나섰고, 러시아 역시 시베리아 등에 SMR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두산중공업

영국 롤스로이스가 전력공급 방식을 개선한 SMR 발전소를 설계하는 등 유럽지역에서도 사업이 진행되는 중으로,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미국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고온가스로 SMR 설계에 참여하는 등 관련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Xe-100 모델은 80MW 모듈 4기로 구성된 것으로, 물을 냉각재로 쓰는 기존 경수로와 달리 헬륨가스를 활용한다.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SMR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뉴스케일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해 6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국내 투자사들과 44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기자재 공급 물량도 수조원 규모로 확대했고, 최근 실시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일부도 SMR 개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지난 4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발족했고, 10월말 5832억원 상당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됐음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간 파이낸싱에서 주요국에게 밀렸음에도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기술력과 '가성비' 덕분이지만, 경쟁국과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기술력을 보유하면 수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2007년 개발에 착수해 2012년 표준 설계인가를 획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증로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한국은 SMR 분야 선두주자였으나, 탈원전 정책의 여파를 맞으면서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잃었다"면서 "차세대 모델 개발을 위한 민관의 노력을 강화, 후쿠시마 사고를 딛고 부흥 중인 원전 시장에서 다각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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