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원전으로 손실 메꾸고 있는데, 여당 ‘석탄발전상한제’ 입법 추진
전문가 “원전 없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 불가능... 에너지전환 속도 조절해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진 속도에 따른 발전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2030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 달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와 함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조절 필요성이 제기됐다.

발전 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환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수익은 오히려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으로 전력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에 90만명 가까운 국민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okatom 홈페이지 캡처


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한무경·양금희·이영 의원 및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 공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평가 및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정부 여당이 임기 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이 됐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최근 4년간 문재인 정부는 ‘원전은 나쁘고, 신재생에너지는 착하다’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과 실현 가능한 다른 방안을 극단적으로 배제시킨 편협한 자세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꼬집었다.

참석한 의원들은 “에너지 정책은 100년을 내다보고 수립해야 할 만큼, 국가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편향된 이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전력은 전 산업을 원활히 운영하게 하는 혈액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원의 선택지를 다변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에너지는 과학이고, 확보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에 의존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한무경·양금희·이영 의원 및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 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평가 및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국민의힘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는 “지난 4년 반 동안에 현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이 파탄 나버렸다”며 “기술 패권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연구실에서 시작되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시대를 강조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46%가 ‘올해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답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조차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드라이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지난해 발전 공기업에서 수익을 얻은 전력원은 석탄과 원자력발전밖에 없었다”며 “정부의 급진적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발전 공기업 실적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한 의원이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 6사는 신재생발전에서 2067억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서 23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은 석탄 발전에서 2815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같은 기간 원자력발전으로 8125억원의 이익을 냈다.

신재생발전에서 가장 큰 적자를 낸 발전사는 한국남동발전으로 1302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이어 한국서부발전이 697억 원, 한국 중부발전이 86억 원, 한국동서발전이 3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남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에서 5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특히 LNG의 경우 중부발전이 1364억 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고, 서부발전 674억원, 동서발전 251억원, 남부발전이 178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남동발전은 113억 원의 수익을 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석탄 발전의 경우 중부발전이 1066억 원, 서부발전이 843억 원, 동서발전이 649억 원, 남부발전이 212억 원, 남동발전이 45억 원으로 총 2815억 원의 수익을 냈다.

한수원 역시 양수에서 1398억 원, 수력에서 2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원자력에서 8125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한 의원은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발전 공기업의 영업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이 자명하다”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대에 석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만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모두 중지한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석탄 발전을 급격하게 줄이는 대신 LNG 발전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정부의 석탄 발전 폐쇄 압박으로 남동발전은 지난 4월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를 폐지했고 중부발전은 지난해 말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이에 더해 여당이 입법 추진하고 있는 석탄발전상한제를 포함한 ‘전력산업의 석탄발전량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되면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 모두 연간 석탄 화력 발전량에 제약을 받게 된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적자를 메꿔주던 석탄발전도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석탄발전상한제가 도입되면, 고정 비용 회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탄 발전 가동률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발전 공기업의 적자를 줄이려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력을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데, 한전 역시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은 지형상 태양광과 풍력에 적합하지 않아 현재로선 재생에너지만으론 전력의 70%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려 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뒤덮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수소를 대체에너지원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기술이 없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소형모듈원자력(SMR)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도 불구, 정부는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26일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행사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또한 이 교수는 “원전의 안전 문제로 자국에선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해외에선 원전 수주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다른 나라 국민의 안전기준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가 됐던 한전의 막대한 적자규모는 올해 3분기 기준 약 1조 1300억 원으로, 전력판매량 및 수익성이 올라가는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적은 지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료비연동제도를 도입에도 불구,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가 4분기에 들어서야 1㎾h당 3원을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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