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 FA시장 제1호 계약선수 최재훈(32·한화 이글스)의 계약 여파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추가 FA 계약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대어급 FA 계약이야 어차피 협상이 길어지는게 보통이지만, 예년의 경우 장 초반 곧잘 이뤄지던 '집토끼 단속'마저 잠잠하다.

이번 FA 시장은 지난 11월 26일 개장했다. 총 19명의 FA 자격 선수 가운데 14명이 신청을 하고 시장에 나왔다. kt 장성우 허도환 황재균, 두산 김재환 박건우, 삼성 백정현 강민호 박해민, LG 김현수, 키움 박병호, NC 나성범, 롯데 정훈 손아섭, 한화 최재훈이다.

바로 다음날인 11월 27일 첫 계약 발표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가 자체 FA인 포수 최재훈과 계약 소식을 알렸다. 최재훈은 5년 최대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옵션 최대 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 제1호 FA 계약을 체결한 한화 최재훈이 정민철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최재훈이 한화의 주전 안방마님이긴 하지만 5년 장기 계약에 총액이 50억원을 넘은 것은 다소 예상 밖이었다.

1호 계약은 단순히 가장 먼저 계약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번 FA시장 계약 규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최재훈의 계약은 FA 해당 선수들에게는 희망의 폭을 키웠고, 계약을 원하는 구단에는 부담의 무게를 키웠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FA 계약을 할 때 내부 FA, 이른바 '집토끼'가 있으면 팀에 꼭 필요한 전력인지를 따져 먼저 단속에 나서곤 한다. 외부 FA 영입보다는 협상이 용이하고, 보상에 대한 걱정도 없기 때문이다. 한화와 최재훈이 일찍 계약서에 사인한 것도 내부 FA였다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최재훈의 예'가 당장 kt와 삼성을 고민에 빠트렸다. kt도 주전 포수 장성우(31)가 FA가 됐다. 최재훈과 장성우는 같은 FA B등급에 나이도 비슷하고 현재 소속팀에 몸담은 연한도 비슷(최재훈 한화 5년, 장성우 kt 6년)하다. 수비력이나 타력에 대한 평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장성우에게는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라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kt로서는 장성우를 주저앉히려면 얼마나 베팅해야 할 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kt에서는 백업 포수 허도환도 FA 자격을 갖추고 시장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민호(36)와 재계약을 원하는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록 강민호의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올해도 그는 붙박이 안방마님이었고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질 정도로 공수에서 큰 활약을 했다.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C등급이 돼 다른 팀으로 이적이 용이해졌다는 점도 다른 팀과 계약 경쟁을 해야 하는 삼성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름값 면에서 '대어급'으로 평가받는 FA가 이번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이들과 자체 계약을 하고 싶어 하거나 또는 외부 영입을 노리는 팀들에도 '최재훈 54억'이 던진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우승 감독이 된 kt 이강철 감독은 내년 정상을 수성하기 위해서는 거포형 FA 타자 영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FA 이적 수요도 분명 있다는 얘기다. 외부 FA 영입에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아직 잠잠한 FA 시장이 '쩐의 전쟁'을 앞둔 '폭풍 전야'일지, 최재훈 파격 계약이 오히려 FA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들어 지루한 '눈치 싸움'이 될지, 제2호 FA 계약이 나와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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