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배터리센터·LG에너지솔루션도 탈대전 가능성... 시 “산단 부족해서”
“인프라, 물류, 세재지원 등 근본적 대책 없인 유치기업도 미래엔 탈대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대전시의 고민인 향토기업의 탈대전(엑소더스) 현상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세종 이전으로 불붙으면서 이제는 대덕특구 내 일부 연구소마저 대전을 떠나자, 시가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시책 대신 신규기업 유치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수 조원의 연매출 규모로 지역경제를 이끌어 온 골프존, 타이어뱅크, 이텍산업, 삼영기계 등의 앵커기업이 대전을 등졌고, 대전시의 유일한 ‘부’급 정부부처인 중기부도 세종으로 떠났다.

   
▲ 대전시청,/사진=미디어펜


7일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도 LH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 내 위치한 SK온 배터리센터도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인력 및 시설 투자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기술연구원에 연구시설을 갖췄던 LG에너지솔루션도 경기 과천·판교 지역에 신규 연구개발(R&D)센터 건립 계획을 고민 중이다.

정부에서 반도체와 함께 핵심육성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과학도시’의 상징 대덕특구를 떠나 수도권에 모이는 모양새다. 

이러한 연구개발(R&D) 센터의 수도권 전진배치는 정부가 발표한 전문인력 육성에 따라, 주요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력 유치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최근 물류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 업계와 팹리스,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모여있는 수도권에서 이들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이는 곧 기업이나 기관이 볼 때, 대전에는 인재가 부족하고 물리적 거리가 부담이 된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중기부 역시 대전시장을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장 및 시민단체의 거센 ‘이전 철회’ 촉구에도 불구, ‘세종의 타 부처와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라는 이유로 이전을 강행한 바 있다. 

대전시는 향토기업의 엑소더스에 더해, 그동안 과학도시라는 위상을 안겨준 대덕특구 내 연구소의 탈대전 현상이 이어지자 뒤늦게 신규산업단지 발굴에 나섰지만, 이미 떠난 이들을 유턴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대전시는 ‘신규산업단지 사전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기존에 계획한 8곳(신동·둔곡지구, 대동·금탄지구, 탑립·전민지구, 대덕 평촌지구, 한남대 혁신파크, 서구 평촌산단, 장대도시첨단, 안산국방산단)의 산단 이외에 추가적인 산단을 발굴, 사업화로의 연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대전은 산업용지가 부족해, 신규 기업을 유치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지역에 둥지를 튼 기업이나 연구소들마저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부지가 없다 보니 대전을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인구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대덕특구의 경우 대전을 떠나거나 대전이 아닌 타지역에 분원을 설립하는 등, 이른바 ‘탈 대덕특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연구원 내 부지 이용률이 90%에 달하는 등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규 건물 확장을 포기하고 대전이 아닌 타 지역에 지역조직을 설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그동안 조례개정을 통해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가장 핵심은 이런 기업들을 담을 산업용지 확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신규산업단지 발굴 및 조성으로, 추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기업 및 기관의 탈대전 이유를 단지 확장 가능한 산업부지의 부족, 즉 땅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대전평촌산업단지 조감도./사진=대전시


하지만 이미 대전시는 이번 추가 신규 산단 지정 추진에 앞서, 올해 초 서구 평촌일반산업단지가 조성공사를 착공해 내년 12월 분양할 계획이며, 장대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이달 중 산업단지계획 승인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안산 국방융합클러스터 조성은 사업의 조기 달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에 대한 행정절차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업체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정주 여건과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아무래도 지방(대전)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시 관계부서가 정례적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수도권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세제혜택을 비롯해 대담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시의 지원은 대부분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행 중이거나 오히려 그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산단이 조성돼 신규로 입주하는 중소기업이 있어도, 이 기업이 성장하면 다시 대전을 떠나게 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교통의 중심지 대전’이라는 표현은 예전 도로교통망 수준에서 나온 말이지, KTX 등 교통수단 발달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로 왕복할 수 있는 요즘에는 의미가 퇴색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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