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중저신용자 쿼터, 카뱅 25%·케뱅 25%·토뱅 42%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도 금융권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빚이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1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20개월 만에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과 함께 영끌·빚투족의 이자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인터넷은행 3사는 이색적인 여·수신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디지털금융 혁신으로 많은 유동고객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 여파로 4분기부터 여신사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며 막바지 외연확장에 실패했다. 새해부터 중단된 대출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당국이 대출가능한도를 쥐락펴락하는 만큼 신규고객 유치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 사진=각사 제공


◇인뱅, 호실적 거뒀지만…중·저신용자 대출 '발목'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은행 설립 후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업계 1위 카뱅은 올 3분기 누적순이익 1679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 859억원 대비 95.6% 폭증했다. 여신 규모 성장에 따른 이자 부분 이익 확대 영향과 플랫폼 및 수수료 비즈니스 부분의 견조한 성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용자 증가세도 한몫했다. 

이 기간 수신잔액은 전년 말 대비 5조 5252억원 불어난 29조 64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여신잔액은 20조 3133억원에서 25조 385억원으로 증가했다. 고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했지만, 중·저신용대출 및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여신 증가를 주도했다.

손실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케뱅은 여수신 증가와 예대마진 확대 등 외형성장에 힘입어 출범 4년만에 첫 흑자를 달성했다. 케뱅은 1분기 1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 39억원 흑자를 거두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도 약 16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누적순이익은 84억원을 달성했다. 

고객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219만명이었던 케뱅 고객은 3분기 말 660만명으로 441만명 늘었다. 고객 수 증가는 수신과 여신의 확대로 이어졌다. 9월 말 여수신 잔액의 경우 수신이 12조 3100억원, 여신이 6조 18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8조5100억원, 3조19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설립 목적 중 하나였던 중·저신용자 대출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출쿼터 지키기'가 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두 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잔액기준 카뱅 20.8%, 케뱅 21.5%를 각각 내걸었다. 하지만 9월 말 현재 카뱅 13.4%, 케뱅 13.7% 달성에 그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압박을 강화했다. 업계는 고신용자 대출을 대폭 줄이는 대신, 중·저신용자에게 이자감면 등의 혜택을 내거는 프로모션 경쟁을 벌였다. 당국의 압박과 업계의 영업력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액은 빠르게 불어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10월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로 2조 1324억원을 공급했다. 3분기에만 6797억원을 공급해 전분기 1998억원 대비 3.4배 늘렸다. 케뱅은 10월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로 4650억원을 공급했다. 지난해 2208억원에 견주면 2.1배가 넘는 규모다.  

◇출범 9일만에 자취감춘 토스뱅크 

"우리는 공급자 아닌 서비스업체다." 지난 10월 출범과 동시에 업계의 파란을 예고한 제 3의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내건 모토다. 토뱅은 고객 중심의 모바일 뱅킹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로서 금융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을 위해 쉽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토뱅의 다짐은 여·수신 상품에서도 드러났다. 토뱅은 범람하는 은행권의 여·수신 상품군을 대폭 줄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쉬운 금융을 선사했다. 또 수시입출금통장에 2%의 파격적인 이자혜택을 내거는 한편, 토뱅 카드로 제휴업체 결제 시 캐시백을 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이목을 끌었다. 

포용금융에 대한 의지도 상당했다. 토뱅은 2금융권으로 몰리는 약 1300만명의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한편, 대출이력이 없어 대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소비자도 포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국이 시중은행에 고강도 대출규제를 취하면서,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한 고신용자들이 대거 토뱅으로 몰린 것이다. '풍선효과' 여파로 토뱅은 출범 9일만에 대출가능한도 5000억원을 바닥내 올해 여신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토뱅은 한도 소진 직후 금융당국에 대출 한도 300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중·저신용자 포용 강화하고 대출가능한도 맞추기 총력

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로 고신용자 대출이 사실상 막힌 업계는 새해를 대비, 신규 차주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기존 상품군의 정상적인 자금공급에 좀 더 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수요가 상당하고 중·저신용자 대출도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올해 대출가능한도로 여신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은 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엔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이 총량한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며, 사실상 한도·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저신용자 대출액이 총량관리에서 배제되면, 은행들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까닭이다. 3사의 내년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카뱅 25%, 케뱅 25%, 토뱅 42% 등이다.

하지만 대출총량에서 중·저신용자 대출분을 통째로 제외할 지, 일부 금액 및 비율만 산정해 제외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당국이 시중은행에 전년 대비 총량을 4~5% 늘릴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은 점에서, 인터넷은행도 총량한도는 소폭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 수신잔액이 급격히 불어난 가운데, 은행의 수익사업인 여신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급격한 외형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는 당국의 방침에 발맞추는 한편, 새로운 상품군 출시와 기존 상품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뱅은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기존 대출상품을 보완 개선해 신규 차주를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에는 출시한다는 후문이다. 

케뱅은 올해까지 출시했던 상품들을 보완·개선해 새해 신규 차주를 맞이할 계획이다. 기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외에도 최근 출시한 아파트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의 대출규모가 크고, 중저신용자 대출비중도 지켜야 하는 까닭이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 기존 출시한 상품을 잘 관리하면서 대출가능한도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토뱅 측은 계층을 가리지 않는 '광범위한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한편, '정상 영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규 출시 계획 중인 여신상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기존 신용대출로 모든 계층의 차주들이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