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항공운송 공간 부족…코로나 지속·물류난·원자재값 상승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새해가 밝았지만,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운 모양새다. 통상환경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7%가 올해 통상환경이 지난해 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55.0%로,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 곳은 14.3%에 그쳤다.

   
▲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이는 △코로나19 지속 △글로벌 (해상) 물류난 △원자재값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진출지역 다변화 및 선진기술 확보를 비롯한 대응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고치(5046.66)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13일의 5배를 넘은 셈이다. 해운조사기관 씨인텔리전스도 미국 서안 항만 적체로 글로벌 선대공급의 12%가 사라진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항공운송 수요도 급증, 미국·유럽 등 주요국향 항공기 공간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국면에서 보호무역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켈리 앤 쇼 전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2022 新통상 이슈 전략 세미나'에서 "올해도 미중 경쟁 양상이 지속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체제 기능이 축소되면서 지역별 무역 블록화 현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시행했던 '긴급 수출물류 지원사업'을 올해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HMM·SM상선·고려해운은 해상 컨테이너 화물 운송,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는 벌크화물 운송을 지원사격한다는 계획이다. 항공화물 운송지원은 대한항공이 맡을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브라질·아랍에미리트(UAE)·카자흐스탄·멕시코·칠레 등 10개국 대사들과 공급망 분야 파트너십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국가는 핵심광물·소재 분야 자원부국으로, 우리와 협력채널을 운영하는 곳 중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과 협력 잠재력 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호주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 우즈베키스탄과 첨단산업용 소재부품 생산기술 개발 등 희소금속·동합금 생산기술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58개국과 체결한 18개 자유무역협정(FTA) 및 계획 중인 국가와도 공급망 연대·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 호주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이 현지 야드에 적치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전자·전지·철강·기계·조선·석유화학 및 경제단체 등 업종별 관계자들과 만나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 공급망 불안요인 모니터링 및 핵심품목 수급 안정화에 대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업자간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교환 및 비축유 긴급 대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했지만, 현장과 정부의 대응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정부가 '공급망 불안정 대응 등 경제안보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3%로 집계됐고, 'FTA 등 기존 협정 활용강화'(28.0%)가 뒤를 이었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74.7%가 찬성했다. 다만,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실적이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으나, 수입액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1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값 상승의 여파를 맞았다"면서 "글로벌 리스크가 여전하고, 중국발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국내 산업에서 취약한 분야도 조명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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