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현 “대북제재 무용론, 북핵 문제에서 美 본토 안전·비확산에 안주할 원인 제공”
전봉근 ““북미 각각 이해관계 감안 낮은 수준의 '비핵화 대 상응조치' 영역 찾아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전략적경쟁시대 속 차기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가 된 외교·안보 6대 쟁점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정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모인 ‘플라자 프로젝트’에서 지난 2019년 1월 19일부터 꾸준히 토론을 진행한 결과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기획해서 발표한 ‘20대 대선, 외교·안보 주요쟁점과 여야별 입장 비교’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게재 순서는 ①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대화) 참여 문제와 미국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 문제 ②한미동맹 지역 역할 확대와 한일관계 전면적 개선 문제 ③대북제재의 지속 여부 문제 ④경항모 혹은 핵잠수함 보유 문제 ⑤현 여야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 비교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승한다고 밝혔으나 북미 간 교착 국면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대북제재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조건이었지만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면 대북제재 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볼 이유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쟁점에 대한 찬·반 의견 역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북한이 정말 아파서 직접 힘들다고 표현할 정도의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제재가 시행된 것이 불과 5년밖에 안된 이유가 있다. 반면, 대북제재를 완화해 협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과거 북핵 협상 30년 역사에서 북한이 제재 압박에 굴복해 결정적인 양보를 한 적이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북 아파할 제재 가한지 5년밖에…지속해야 핵보유 억지”

대북제재 유지를 찬성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먼저 반대론자를 향해 “대북제재의 효과가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왜 자신이 확보한 유용한 정책수단을 스스로 철회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제 북한의 통치자금을 겨냥한 대북제재는 2016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부터였으므로 북한이 부담을 느낄만한 제재는 이제 5년 정도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제재 무용론 주장에 대해 “현재 북한이 자강론을 펴고 있지만 그래서 생존하더라고 발전할 수 없다면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북한이 탄두 수를 늘리고 탄도미사일 등 운송 체계를 확장하며 다양한 핵기지 분산 건설 등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핵을 보유하려는 계획에 한계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차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제재 무용론’은 북한 핵보유의 용인 주장을 부르고, 이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회담으로 흘러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북한이 ‘핵개발이 이익’이라는 잘못된 교훈을 계속 따르게 할 것이고, 미국에는 북핵 문제를 미국 본토 안전 및 비확산 수준으로 제한해 해결하려고 하는 정책을 펼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무기를 보유했고,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를 묵인 받은 것과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먼저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의 경우 모두 국제 비확산 체제가 ‘비확산’(non-proliferation)을 넘어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으로 가기 이전의 시기로 지금의 여건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묵인 받으려면 ▲체재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성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자신의 주요 국가이익으로 삼는 국가의 묵인 혹은 후원 ▲공공연한 핵무력 시위의 배제 등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세가지 조건이 모두 결여된다”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주장한다고 해서 이것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성실한 약속 이행 여부”라면서 “대북제재를 해제하더라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방지나 북한 변화 촉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면 이런 접근의 배경은 대북정책 업적에 대한 ‘성과 강박관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달러 돈세탁 북한 개인 및 기관·단체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영변 폐기 플러스 알파-스냅백 조건 제재 완화 합의 필요” 

대북제재 유지를 반대한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처럼 북핵에 대한 통제 부재 상태가 지속되지 않으려면 우선 핵활동 동결을 중심으로 하는 북핵 잠정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미의 각각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북미 간 낮은 수준의 비핵화와 낮은 수준의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합의 가능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한이 정치·외교·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했던 시기인 1990~2000년대에도 북한에 제재 압박 또는 군사적으로 전면적 핵포기를 강압하는데 실패했다”면서 “협상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가 불가피한 차선책이고, 이를 잠정 합의하려면 낮은 수준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교환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이미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던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확보하고, 이와 교환할 상응조치를 찾는다면 북핵 합의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와 미국의 스냅백(위반 시 다시 제재) 조건을 단 대북제재 일부 완화 및 대규모 한미훈련 중단 등이 해당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핵 협상 재개의 관건은 대북 유인책 제공이다. 지난 북핵 협상 30년 역사에서 북한은 제재 압박에 굴복해 결정적인 양보를 한적이 없다”며 “따라서 강력한 제재 압박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에게 정치적 명분 또는 물질적 실익이 되는 유인책을 제공하며 타협 가능한 단계적 접근법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비핵화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북한에 제공할 유인책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대규모 한미훈련을 중단하고, 북미 수교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북한에 적대시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겠다는 4-No 정책을 재천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아울러 코로나19 방역·의료·보건 지원과 경제 발전을 위해 대북제재 완화·경제 지원·식량 지원과 북미 정상간 소통 및 김정은 위원장에 프레지던트 칭호 사용 등으로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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