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북 위협에 대응하며 ‘공포의 균형’ 맞추는 전략적 억지력 필요”
신범철 “미사일 및 미사일 방어 역량·사이버 우주 역량 등 더 집중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전략적경쟁시대 속 차기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가 된 외교·안보 6대 쟁점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정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모인 ‘플라자 프로젝트’에서 지난 2019년 1월 19일부터 꾸준히 토론을 진행한 결과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기획해서 발표한 ‘20대 대선, 외교·안보 주요쟁점과 여야별 입장 비교’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게재 순서는 ①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대화) 참여 문제와 미국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 문제 ②한미동맹 지역 역할 확대와 한일관계 전면적 개선 문제 ③대북제재의 지속 여부 문제 ④경항모 혹은 핵잠수함 보유 문제 ⑤현 여야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 비교이다.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우리나라도 경항모 혹은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해 12월 24일 국방 공약을 발표하면서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성사될 경우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 제한을 명시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관련 기술과 핵연료 확보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방의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위협을 생각할 때 한국은 미사일 역량 및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사이버·우주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기습공격을 가정할 때 수중에 생존하며 효과적인 타격을 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억지력 차원에서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있다. 

경항모와 핵잠수함 보유를 찬성한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먼저 미중 전략경쟁의 양상이 해양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하면서 “한반도 전쟁을 억지하고 국익과 해양주권을 보호하는 경항공모함과 원자력추진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항모 보유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체계를 와해하고 중국에 전략적으로 경도하는 것이란 오해가 있으나 한국의 경항모 보유를 누가 가장 불편하게 생각할까 자문해보면 항모의 보유 효과를 쉽게 추정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항모는 북한의 전쟁을 억지하며 유사 시 전승 보장과 전쟁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항모에 탑재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는 은밀하게 북한 중심지역 침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사 시 북한 수뇌부 참수 능력을 보장한다. 또한 해상에 위치하는 활주로인 항모의 존재는 북한의 기습공격 효과를 상쇄하고 북한 미사일 공격에도 초기 대응전력의 생존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북한과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며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억지력이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북한의 기습공격 이후에 수중에 생존하며 전략 표적에 대한 효과적인 타격 능력으로 북한의 개전 의지를 억지할 수 있다. 또한 잠재적 불특정 위협의 한반도 강압을 효과적으로 억지하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핵무기 탑재와 미탑재로 구분된다. 한국은 추진 방식만 원자력을 사용할 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고 재래식 미사일만 탑재 가능하다. 현재 한국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은 미군이 운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비슷한 ‘천룡’(현무3-C) SLCM을 탑재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탑재도 가능해서 탄도미사일 탑재 수준의 대형 잠수함을 운용하고 은밀한 제2 타격까지 하려면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원자력추진잠수함이 필요하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원자력추진잠수함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9년 이후 모든 디젤 잠수함을 매각했고, 영국은 1990년대 초부터 원자력추진잠수함만 운용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은 2023년까지 보유한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 중이다. 한국은 2004년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을 준비하는 ‘362 사업’을 은밀하게 추진했지만 군 안팎의 논란으로 중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방예산은 경항모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운용하기에 충분하다. 경항모 건조를 위해서는 약 2조원,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에는 약1조5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통상 해군 무기체계는 단위(1대, 1척)별 단가가 높은 수준이지만 이지스 구축함 척(1조2000억원)과 K2 전차 1대 100억원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또 무기체계 도입 이후 총 수명주기 기간에 운영유지비가 요구되는 것은 모든 무기체계의 공통사항”이라고 말했다.

   
▲ 북한 SLBM 위협, '핵잠수함' 건조 문제 다시 부상 (PG) 제작 최자윤, 이태호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북 개전 의지 억지” vs “시급한 현안 더 많아”

경항모와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반대한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경항모는 우리 국방의 시급한 현안이 아니다. 한국군의 우선순위는 북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군사역량 구비”라면서 “북한은 이미 핵능력과 재래식 군사능력을 강화 중이고, 한국은 이에 대응해 미사일 역량, 미사일 방어 역량, 사이버·우주 역량 및 무인무기체계 개발 및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 센터장은 “서해 경계를 넘나드는 중국 군함을 대응하고, 독도 해상에서 일본의 도발을 대응하는 등 주변국과의 잠재적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며 “경항모는 이러한 한국이 당면한 군사적 역량을 강화시키기보다 해상교통로 확보, 해적 퇴치, 역외 작전 투사 등 한반도 주변을 넘어서는 국가이익 보호에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 해군은 함정수가 부족하고 북한을 상대로 하는 초계임무 수행도 벅찬 상황이다. 해군의 획득 우선순위는 경항모가 아닌 충분한 호위함과 구축함의 확보가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서해 수역에서는 중국의 DF-21D ASBM 사거리(1500~2000㎞) 및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거리(400㎞)에 노출되므로 활동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동해 수역에서는 일본의 하푼 및 90식 대함미사일 사거리(150㎞)에 노출되며, 초음속 대함미사일 때문에 활동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이처럼 협소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경항모를 통한 군사력 현시는 사실상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비상시 대북억제용으로 활용할 경우에도 그 비용 대비 효과가 의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시가 아닌 전시용 애물단지를 가질 바에 차라리 수상·수중·항공·무인의 균형된 첨단 전력의 구비가 바람직하다. 우리는 북한과 주변국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상전투함 전력 증강 확보에서 벗어나 항공·수중 전력 및 미래 복합전 양상에 적합한 항공전력 중심 고속 기동전투 전력 증강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는 첨단 미사일 개발 및 구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잠수함 대응 능력 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경항모가 필요한 시기는 우리가 북핵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억제력을 구축하거나 또는 협상을 통해서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할 때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이나 우리 해상이익 보호를 위한 원거리 작전수행이 필요할 때 갖춰도 늦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무인 무기체계, 극초음속 무기체계 등 원거리 작전보다 중요한 여러 무기체계가 등장할 것이다. 미래 첨단기술 발전을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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