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으로 시작...'용진이형 환영'으로 마무리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올린 숙취해소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멸공논란’이 9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용진이형(정용진 부회장을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의 사과를 환영한다”며 “노조와 사원들의 마음을 읽어준 정 부회장의 사과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이 노조의 목소리에 사과로 답하면서, 다시 환영받는 ‘용진이형’으로 돌아온 셈이다. 연달아 멸공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자칫 고집불통으로 비춰질 뻔 했던 정 부회장은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즉각 귀 기울이는 소통하는 오너로 남을 수 있게 됐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 제공저


앞서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멸공도 좋지만 사업부터 돌아봐 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지난 13일 인스타그램에 이마트 노조 성명이 실린 기사를 공유하며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고 밝히면서 멸공논란 이후 처음으로 사과문 형태의 글을 올렸다.

지난 5일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어 6일 정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멸공’과 ‘방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를 함께 달았다. 그룹의 중국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후 정 부회장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과 함께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세계 계열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정치인들이 SNS
에 멸치와 콩 사진을 올렸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나온 뒤 하루 만에 6.80%나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 부회장 등 오너의 SNS 활동은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과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시대에 말맞춰 소비자,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을 고민해야 할 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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