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 등 20개 해외선사, 과징금 조사·심사서 누락…10년전 외국서 사장된 행위 요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시아 항로에 취항 중인 국내외 선사들에게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해운업계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개최한 해운공동행위에 대한 전원회의와 관련,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HMM·고려해운·장금상선·흥아해운·SM상선 등 국내 12개사와 해외 11개사에 대해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이 보고서는 3년간 고강도 조사를 벌인 끝에 나온 것이지만, K-Line·NYK·MOL를 비롯한 일본 3대 선사와 프랑스 CMA-CGM 및 독일 Hapag-lloyd 등 역내 공동행위에 참여한 20개 해외선사가 심사 대상에서 누락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심사관이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으나, 업계는 절반에 달하는 업체가 빠졌을 뿐더러 이들 업체가 국내 중소 선사들 보다 많은 화물량을 운송했다는 점을 들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로 외교마찰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특정 업체들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중으로,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근거도 도마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선사와 화주간 협의가 미흡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해운법에 따라 사전협의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국·일본·동남아 등 전세계에서 화주와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10여년 전에 사장됐고, 이를 문제 삼는다면 일본·유럽·미국·베트남·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선사들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로 화주들이 오히려 편익을 입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공정위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품질 서비스를 막고, 동남아 노선이 유럽 노선보다 낮은 운임으로 운영되는 등 '윈윈'관계를 이루는 근간을 흔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500여개 화주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았고, 통합물류협회도 이같은 목소리에 동참했다"면서 "지난 20년간 운임이 절반으로 낮아지는 등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부산항발전협의회가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공정위의 해운사 담합 과징금과 관련, 문성혁 해수부장관을 향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업계는 과징금 부과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40여년간 해양수산부 유권해석 등을 따랐다는 점에서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해운 공동행위는 1878년 법적 근거가 마련돼 공동행위 규제에서 계속 제외돼 온 것이 사실이고, 타 산업과 차별성이 인정됐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도 2019년 가격담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사례로 해운기업의 운임공동결정행위를 소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측 대리인들이 가입·탈퇴 여부를 비롯한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자료 제출을 요구해도 심사관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등 현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과징금 납부를 위해 선사들이 선박을 비롯한 자산을 매각하면 해상 물류난 가중 및 수출 차질 등으로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18년 '국내 해운사들의 담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목재수입업계의 신고에 따라 개시된 것으로, 2003년 4분기~2018년까지 동남아 항로에서 발생한 매출의 8.5~10%가 과징금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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