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강하각 경고음 울리면 경우 따라 복행해야 했던 상황"
항공철도사조위 "기장-부기장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부재 탓"
국토부, 운항 기술 기준 위반 문책…조종사들 30일 자격 정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선을 운항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허가 받지 않은 활주로로 착륙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상자가 없어 '준사고'로 분류됐지만 유사 시 대형 사고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조종사들 간 의사소통 부족 탓에 일어난 사건인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 티웨이항공 B737-800 여객기(HL8327)./사진=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제공

31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항공기 준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9902편 B737-800 여객기(HL8327)는 2020년 8월 16일 오후 3시 25분 제주국제공항에서 이륙해 광주공항으로의 운항을 시작했다.

운항 승무원들은 제주공항 출발 당시 광주공항 '22번 왼쪽'(22L) 활주로 접근 절차로 비행한다는 계획을 비행 관리 시스템(FMS)에 입력했고, 해당 여객기는 오후 3시 54분 착륙했다.

그러나 이곳은 '22번 오른쪽'(22R) 활주로였다.

해당 비행편 기장(60)은 "광주공항 최종 접근 지점을 지나서야 활주로를 봤는데, 오른쪽에 유도로와 활주로 22R이 먼저 보이고 22L은 안보였다"고 진술했다. 오른쪽에 있던 평행 유도로 G를 활주로 22R로 인식했고, 22R은 22L로 착각한 것이다.

   
▲ 광주공항 활주로 도면. 초록색 선이 유도로 G, 빨간색 선은 22R 활주로, 파란색 선은 22L 활주로를 나타낸다./사진=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기장은 또 "붉은색·흰색 등을 포함한 진입각 지시등의 상태를 확인하며 착지했다"며 "22L과 22R을 구분해주는 활주로 표지를 미처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합 접근 항법(IAN)에 따라 비행을 하면 실제로는 전방향 표지 시설·장비와 거리 측정 장치가 제시한 각도보다 3도 가량 높은 각도로 지면에 닿게 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티웨이항공 사측은 조종사들에게 IAN에 입각해 활주로에 접근할 때 강하각 경고음(Glide slope)이 울리면 무시하고 비행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장은 "강하각 경고음이 울리면 경우에 따라서는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비행으로 전환하는 '복행'을 해야 했다"며 "부기장은 이에 집중하느라 다른 비행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1500피트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본 부기장(30)도 기장에게 "이 지점을 지나서 소리에 신경쓰면 다른 곳을 볼 수 없어 들리거든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 2020년 8월 16일 오후 3시 54분 광주공항에 착륙하던 시점의 티웨이항공 9902편 접근 시뮬레이션./사진=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이때 근무조장을 겸하던 지상 관제사는 양쪽 활주로 모두에 장애물·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항공기가 접지 직전이라 복행 조치보다는 22R로 착륙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 국지 관제사에게 항공기를 현재 정대한 활주로 22R로 착륙하도록 두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준사고로 분류됐을 뿐, 유사 시에는 대형 참사가 날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오후 3시 56분, 지상 관제사는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안전하게 활주로에 내린 후에 조종사들에게 22R로 착륙한 이유를 물었다. 조종사들은 접근 관제소에서 22R로 접근 허가를 받았다고 대답했지만, 지상 관제사가 접근 관제소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22L 접근 허가를 발부한 것을 확인했다.

한편 당시 광주공항 기상 상태는 시계 비행 상태로 가시거리(可視距離)나 바람 상태는 비행에 문제될 것이 없는 양호한 날씨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여객기가 비행 중 관제 기관과 교신할 때에 통신 장애도 없었다.

항공철도사조위는 "비행 중 기장 또는 부기장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며 "오판에 따라 실수를 범할 수 있어 조종실 내 기장-부기장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승무원 자원 관리(CRM)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활주로가 2개 이상 설치된 공항으로 비행할 경우, 착륙 단계에서 활주로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비행 관련 규정에 삽입하고 모든 운항 승무원들에게 알릴 것을 당부했다.

사조위 권고는 사실상 지시임과 동시에 행정 명령으로 인식된다.

한편 국토부는 해당 조종사들이 운항 기술 기준을 위반했다며 자격 증명 효력 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티웨이항공도 자체적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비행편 조종사들을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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