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밝히라는 것은 영업비밀 까라는 해국 행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는 4일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계약에 수출입은행의 대출 조건이 포함된 것을 일부 언론이 문제 삼은 것에 대해 “해국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방산수출에서 단순히 한 기업과 기업, 나라와 나라 간 단순하게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략수출을 하는 시대이다. 산업 협력, 금융지원, 현지 생산 등 여러 조건들이 까다롭게 붙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선진국에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선진국도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수출입은행의 조건을 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2022.1.22./사진=청와대

그러면서 박 수석은 “그 조건을 밝히라고 하면 다음 나라에 우리가 어떻게 수출하나. 바로 직전에 호주에도 수출했지만 모든 나라에 조건이 같을 수는 없다”면서 “전문용어로 영업비밀까지 까라는 얘기인데 이게 애국 행위이냐. 오히려 해국 행위이다. 우리가 다음 나라에도 수출할 계획인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이집트 K-9 자주포 수출 외에도 이런 케이스가 여러건 있었다고 보면 되나’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다른 선진국들도 수출할 때 다 그렇게 한다. 그런 영업비밀까지 다 공개하라는 것은 다음 나라에 우리가 수출해야 될 소위 영업이익을 전부 다 공개하라는 것인데 그것은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결론적으로 “정부가 범부처 차원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특히 상대국의 조건이 있다”며 “이집트만 해도 우리와 다른 정부 형태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관장해서 결정하는 그런 문화가 아직 있다. 이렇게 다양한 조건과 여건을 다 맞춰서 수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사진=청와대

앞서 아·중동 3개국 순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K-9 자주포 수출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강은호 방사청장에게 “무리하게 계약하지 말고, 양국의 건설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서 건전한 협상을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수석은 “쉽게 말하면 배짱을 부리고 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문 대통령을 포함한 순방단 일행이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이집트 정부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고, 방사청장이 도착 다음 날 다시 이집트로 출발한 뒷얘기도 전했다. 박 수석은 “지난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빈손 귀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집트정부의 벼랑끝 전술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세계 자주포시장에서 무려 48%가 우리나라의 K-9 자주포가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2021년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방산 수출이 방산 수입을 앞선 그런 나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비행기까지 만들어서 수출하고 있고, 잠수함까지 수출하는 세계 5번째 나라가 됐다”며 “종합적으로 세계 6대 군사 강국이 됐다. 이것은 문재인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가 누적해온 역량의 성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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