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약물'의 그늘로 얼룩지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고 스타지만 도핑 위반 논란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 때문이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자국 러시아에서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럼에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가 안됐다는 이유로 올림픽 경기 출전의 길을 열어주는 판결을 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출전을 허용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스포츠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전세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같이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고, '피겨 여왕' 김연아는 SNS를 통해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며 직설적으로 저격해 많은 공감을 샀다.

15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렸고, 발리예바는 정상적으로 출전해 연기를 펼쳤다. 점프에서 한 차례 실수가 있긴 했지만 발리예바는 82.16점을 받아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 금메달이 유력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발리예바의 연기에 찬사가 쏟아졌겠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특히 경기 해설을 한 피겨 선배들은 발리예바 경기에 대한 해설 자체를 보이코트하는 '침묵'으로 도핑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 지상파 TV 3사의 해설자들은 발리예바의 세계 최고 수준 연기가 펼쳐지고 있는데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연기 해설은 거의 하지 않았고, 도핑 위반 선수의 경기 출전으로 어려서부터 올림픽 무대 하나만을 보고 훈련해온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간 답답한 상황을 주로 강조했다. 

국가대표 출신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가)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으며, 이호정 해설위원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는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었다"고 침묵 해설 이유를 밝혔다.

미국 NBC의 발리예바 경기 해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평소 선수들의 연기를 열성적으로 분석하고 감탄도 하면서 실수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표하던 해설위원이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

한편, 발리예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좋은 연기를 해 메달을 따더라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할 전망이다. IOC는 발리예바의 메달 획득 시 공식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