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집중되던 비판여론 '물적분할'로 확장
카카오그룹, 끊임없는 물적분할로 성장
상법서 '예외' 규정하는 물적분할 사례 계속 이어져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주식시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지배구조 개선 명분으로 분할을 단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켜 대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물적분할에 대해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금까지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가졌던 불만은 주로 공매도 문제에 집중돼 왔다. 2018년 4월,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1000원 대신 1000주를 입력하면서 터진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가 공매도 문제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이어졌던 것이 좋은 사례다. 

   
▲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코스피에 상장돼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공매도는 주식가격의 거품을 제거한다거나, 장기적으로 가격을 발견(price discovery)하는 기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반발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조금씩 제도를 수정해 나갈 순 있겠지만 공매도 그 자체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함께 나온다. 

물적분할 문제는 다르다. 대기업의 알짜 자회사(사업부문)를 따로 분할시켜 상장시키는 행위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을지 모르나 이 장점은 대주주들에게 집중된다. 무엇보다 좌시할 수 없는 것은 이 장점에서 파생된 이익이 기존 소액주주들에 대한 사실상의 배신 행위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 혁신의 아이콘에서 배신의 주홍글씨로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성장한 카카오는 한때 ‘젊은 혁신’의 대명사였다.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가 카카오와 함께 보편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시대를 잘 읽은 젊은 혁신가들의 네트워크가 이 세상을 얼마나 멋지게 바꿀 수 있는지를 상징하는, 카카오는 한때 그런 이름이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카카오에 대한 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표변해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식거래 프로그램의 종목명 검색에서 ‘카카오’라는 키워드를 넣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가 상장돼 있다. 여기에 덧붙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신규상장(IPO)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골프, 카카오꽃배달은 언제 상장되냐’는 농담은 어떤 투자자들에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카카오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것은 2014년이었다. 직상장이 아니라 우회상장을 택해 많은 화제가 됐다. 형식상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방식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카카오가 다음을 껴안는 구도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카카오의 수익모델은 게임 부문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우회상장은 스타트업이 취할 수 있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처럼 보였다.

   
▲ 대한민국의 상법은 인적분할을 원칙으로, 물적분할은 예외로 규정한다. 그러나 어떤 시장에선 예외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주식시장에 입성한 이후부터 카카오의 위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사업부문이 끊임없이 확장됐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158개까지 늘어났다(2021년 8월 기준). 

카카오가 중개하는 서비스에는 미용실, 골프연습장, 꽃배달 등이 포함됐다. 골목상권 침해 등 거센 논란 끝에 결국 카카오는 이들 중 몇몇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입성 이후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손을 댄 사업 부문이 끝도 없이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에는 카카오의 이름을 달고 있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카카오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사’를 갔던 2017년 7월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이 말은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했을 당시 여기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카카오의 소액주주들은 이후부터 계속 해서 자신이 투자한 상장기업의 가치가 분리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카카오뱅크는 결국 2021년 8월 따로 상장됐다. 그 이전인 2020년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그 이후인 2021년 11월에는 카카오페이가 각각 분할상장 됐다. 심지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임원진의 ‘먹튀’ 논란이 일면서 결국 여론에 불을 질렀다.

“주식은 ‘동업’이라더니…”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투자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유튜브나 주식카페에 올라오는 ‘주식은 동업이다’라는 명제에 이끌려 주식을 시작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투자력(歷) 3년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이 목도하고 있는 것은 대주주가 동업자를 배신하는 ‘매운맛 현실’이었다. 카카오페이 사건은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코스피 상장 한 달 만에 주식을 처분해 총 900억원어치의 이익을 취한 일을 지칭한다. 

특히 이들이 선택한 매각 당일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돼 주가가 치솟은 날이었다. 소액주주들이 동업의 마음으로 투자한 돈을 다름 아닌 임원진이 고점에서 팔아버리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2021년 11월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 달 이후 류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8명은 이날 상장된 주식을 팔아 총 900억원의 차익을 취한다. /사진=연합뉴스


이제 와서 카카오의 타임라인을 다시 확인해 보면 사실은 물적분할이야말로 이들이 선택한 배신의 출발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나하나의 자회사가 추가상장될 때마다 시장이 뜨겁게 환호해 왔음을 생각하면, 상장 한 달 만에 임원진이 주식을 팔아치워도 세상이 그들의 행동을 용인해줄 것이라는 착각도 가능했을 법하다.

이 문제가 비단 카카오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제는 온 세상이 알고 있다.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가 투자자들의 눈앞에 있다. CJ ENM, SK이노베이션, 포스코도 물적분할을 준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대한민국의 상법은 인적분할을 원칙으로, 물적분할은 예외로 규정한다. 그러나 어떤 시장에선 예외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 한국의 개미들이 ‘예외적으로’ 크게 분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