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미국 와이너리 인수…롯데는 ‘프랑스’ 가나
중소 수입유통사들 “파이 커지는 와인 시장, 환영”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홈술과 저도주 열풍이 맞물리면서 제2 전성기를 맞은 와인시장에 신세계와 롯데 등 대기업들이 뛰어 들었다. 업력이 오래된 중소 수입사들과 유통 대기업이 앞으로 각자의 영역을 어떻게 확보할지 주목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 주력 사업으로 ‘와인’을 낙점하고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인수에 나섰다. 수입유통 전문인 기존 회사들과 달리 이들 대기업은 편의점과 대형마트, 백화점, 자체 와인매장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신세계프라퍼티가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 전경/사진=쉐이퍼 빈야드 제공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미국 100% 자회사 스타필드프로퍼티를 통해 미국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3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쉐이퍼 빈야드는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힐하이드 셀렉트(Hillside Select)’를 비롯한 5개의 럭셔리 와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주류전문기업 신세계엘앤비(L&B)가 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24 편의점 등 관계사를 업고 수입유통만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만큼, 직접 제조까지 나서겠다는 포부다.  

신세계L&B 지난해 매출은 약 2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2위인 금양인터내셔날 시장 추정치는 1000억 원대다. 두 회사 간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질 세라 롯데도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등을 후보군으로 와이너리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초 롯데의 와이너리 인수는 초기 단계에 불과했다. 유통업계 경쟁사인 신세계가 한발 먼저 미국 양조장을 사들이면서 롯데도 계획보다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와인이 성장세인 것은 맞지만, 와이너리 인수는 산지 부동산 가격 등 여러 요인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4분기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늘었다. 연간으로 보면 전년 대비 34% 신장했다. 

   
▲ 소비자들이 지난 2021년 12월23일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에 개장한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롯데마트 제공


중소 수입사들은 대기업 진출과 함께 와인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을 우선 반기는 분위기다. 

금양인터내셔날의 경우 2017년 경영권을 매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살아났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600억 원대에 머물렀던 연매출이 2020년 917억 원으로 확 뛰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사전 작업 중이다. 

나라셀라도 최근 신영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344억 원이었던 나라셀라의 매출은 2020년 594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늘었다. 

아영FBC는 2015~2017년까지 연매출이 400억~500억 원대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해 696억 원까지 매출을 끌어 올렸다.  

중소 수입유통사들의 실적개선은 신세계L&B가 급성장한 기간과도 맞물린다. 신세계L&B 매출은 2015년 426억 원 이후 해마다 30%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9년 매출 1072억 원, 2020년 1453억 원을 기록했다. 

중견 와인수입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의 다양한 유통채널이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과거에는 와인이 비싼 술로 인식될 때와 달리 지금은 편의점 가성비 제품도 잘 팔리고, 백화점 고가제품도 나름대로 잘 되고 있어 장점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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