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엔 "좌파적 관념 많아"·안철수엔 "당대표로 모시던 분, 존경한다"
'정권교체 벽' 넘을 기회…중도층 잡기 위해 '진보 이미지' 벗으려는 계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후 연일 정치교체론을 내세워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의 틈새를 공략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를 가장 크게 가로막아 왔던 것은 바로 50%를 훌쩍 넘는 정권교체 여론이다. 이 후보는 '정치교체론'을 통해 이를 누그러뜨려 분산시키려는 속내가 읽힌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2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에 대해 "제가 한때 대표로 모시던 분이기에 나름 존경하는 분"이라며 "그분이 가진 새 정치의 꿈은 제가 평소 이야기하던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교체, 시대교체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신문협회
특히 그는 "저희는 거대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안철수 후보와) 합의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또한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정치교체, 통합 내각, 양당제 폐해를 극복할 다당제를 계속 언급해 왔다"며 뒷받침하고 나섰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도 안 후보를 향해 "우리 안철수 후보님"이라 부르면서, 자신의 '통합정부 구상'에 대해 안 후보의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다당제 정착 방안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3일 본보 취재에 "지도부 사이에 당론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법 개정안 발의까지 고려되어 사실상 다당제 친화적인 제도로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는 계속 선을 긋고 나서며 멀리 하고 있다. 두 후보는 21일 TV토론에서 치고 받았을 뿐더러, 이 후보는 이튿날인 22일 자신을 'MB 아바타'라고 재차 비난한 심 후보에 대해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안 후보와 심 후보 각각에 대해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 후보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하나로 읽힌다.

바로 이 후보를 가로막은 정권교체론의 벽을 타고넘을 기회다. 중도층(안 후보)를 잡기 위해 강성 진보(심 후보)와 멀찍이 떨어져서 시장 친화적 발언,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승기를 잡으려는 계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3일 본보의 취재에 "이젠 진영 대결, 정당 대결이라기 보다는 인물 대결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정권심판, 정권교체 프레임이 약화될수록 이 후보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0%, 정당 지지율 30% 중반대 사이를 오가면서 박스권에 갇혀 있는게 사실"이라며 "중도층에 친화적인 인물론을 내세워 정권교체 여론을 희석시켜야 승산이 커진다, 실제로 우리 이 후보는 실적이든 실력이든 인물론 프레임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일까지는 정확히 2주 남았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두 번째 토론회는 25일 정치를 주제로 열린다.

이번 TV토론에서는 정권교체 프레임과 정치개혁 프레임의 충돌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복안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주목된다. 유권자의 눈과 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