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진흥자금 500억 추가·신규 무역보험 인수·에너지수급 국제공조 강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러시아의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우호국 지정 및 원자재 수출입 금지·제한조치에 대응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다. 피해기업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긴급금융·자금지원 2조 2000억원에 더해 5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자금을 추가 지원하고, 피해기업에 보험금을 신속하게 보상하고 신규 무역보험 인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우크라이나 사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일러스트=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박진규 제1차관 주재로 ‘제21차 산업자원안보 전담반(TF)’을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침공 직전에 개최된 제20차 회의 이후 △대(對)러 수출통제 △러시아 금융기관의 미국 재무부 제재대상(SDN) 지정·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등 수입금지 조치 △러시아의 우리나라 등 비우호국 지정 및 수출입 금지·제한조치 승인 등 더욱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산업계‧유관기관과 함께 종합적인 상황과 애로를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개최됐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 실물경제가 사태 장기화에 따라 현장으로부터의 애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에너지업계는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나, 美 조치 강화 등에 따라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으로,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에너지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민부담도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기준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39.1달러를 기록했으며, 9일 기준 국내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892.4원으로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한 공급망 측면에서 기업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업들의 선제적 재고 확보, 대체선 발굴 노력에 힘입어 주요 품목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원자잿값 상승으로 기업의 채산성 저하가 우려되며 러시아의 특정 품목·원자재 수출입 금지·제한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시상황 돌입에 따라 우크라이나와의 교역은 사실상 중단됐고, 러시아와의 교역 또한 대금지급‧물류 불확실성 등이 커지면서 對러 수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어가는 양상이다.

특히 금융결제‧물류와 관련된 애로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피해와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한 선박제조 기업은 결제대금 송금은행이 SDN으로 지정됨에 따라 대금 입금이 지연되고 있으며, 러시아 수출이 연간 300억~400억원 규모의 음료 제조기업 A사는 러시아의 SWIFT 퇴출 결정 이후 3월 선적물량 전체가 취소되는 등 對러 수출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이외에도 주요 선사의 신규운송 중단 및 철도운송 일부구간 중단, 항공화물(KAL) 수송중단 등 물류차질 장기화로 인한 부품수급 문제로 가전기업 등의 현지 생산라인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자동차‧조선 협회는 업종의 전반적 애로를 설명하면서 위기 상황에 걸맞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는 글로벌 해운사의 러시아 운항 중단 등에 따른 부품조달·완성차 수출 어려움, 반도체 부족난 등으로 당분간 재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며, 부품업계 역시 러시아로 일부 부품공급이 어려운 상황과 대금결제 통화인 루블화 가치절하로 인한 환차손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이들은 △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면제에 따른 국내 수출통제 제도 조기 지침마련 △러 거래 부품업계 긴급 자금 지원 △현지 기업의 루블화 리스크 보완대책 마련 △러-우 사태 감안한 금융지원 자격요건 완화 등을 제안했다.

조선업계 또한 러시아가 발주한 선박·블록에 탑재되는 일부 수입 기자재가 생산업체 소재국의 대 러 제재로 인한 수급 차질 우려와 거래대금 송금은행의 SDN 지정으로 수주잔금 리스크 발생을 언급하며, △수출통제품목에 선박 적용 제외 가능성 검토 △조선사 유동성 지원을 위한 제작금융 지원 등을 건의했다.

이에 산업부는 피해기업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금융위원회 긴급금융지원프로그램 2조원, 중소벤처기업부 긴급경영자금 2000억원에 더해 한국무역협회의 5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자금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또한 현재까지 수출대금 미회수 보험사고 9건, 총 75만 달러가 접수돼 보험금 신속보상을 위한 심사 절차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對러 수출기업의 리스크 분담을 위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보험료·부보율(90% 이내)로 신규 무역보험 인수를 제공할 계획을 전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와 협업해 해운서비스 운영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국적 선사의 차질없는 운항으로 수출입물류에 애로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화물의 국내 회항 또는 대체 목적지 운송시 물류비·지체료 등을 보조하고 인근국 현지물류센터에 긴급화물 보관 및 내륙운송도 지속 지원하는 한편, 국내로 회항하는 화물의 통관 및 재수출시에 신속통관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문승욱 산업부장관은 에너지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오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에 참석해 비축유 방출 공식 승인 등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제 공조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사진=산업부


박 차관은 “사태가 장기화되고 격화되면서 주요국들의 제재조치와 위험요인이 더욱 다각화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원자재 및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노력 등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정보들을 기업과 신속히 공유해 기업 불확실성 해소와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정부는 전‧후방 공급망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시장상황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에는 △매점매석 금지 △합동 단속반 운영 △긴급수급조정 등 안정화조치도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차관은 “외교‧안보 관계부처,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실물경제 위험요인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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