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준 가솔린 평균값 2천원대 돌파…매일 10원씩 상승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적체 탓 중고차 수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요동치는 국제유가로 인해 전국의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에 들어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는 중고차 시장인 만큼 고유가시기의 소비자 니즈가 조금 더 예민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넘어서며 일반 주유소보다 비교적 저렴한 셀프주유소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나아가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되며 친환경 중고차의 몸값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중론이다. 

12일 중고차 전문 엔카닷컴과 KB차차차·현대캐피털 등의 중고차 시세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친환경 중고차 가격은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 일부 차종은 이 기간 오히려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시세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덕에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리터(ℓ)당 1955.07원으로 전날보다 16.10원 상승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9.07원 오른 ℓ당 2039.29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13년 9월 둘째주(2006.7원) 이후 약 8년6개월 만이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 오름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원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가격 상승 폭은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매일 10원 이상씩 뛰어 왔고 이날 1ℓ당 2000원을 돌파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가 인기다. 엔카닷컴이 작년 6월과 올해 2월 사이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 하이브리드는 중고차 시세가 1% 안팎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세는 연식과 관계없이 매물로 나온 전체 모델의 평균값이다.

더 뉴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 기간 중고차 시세가 4241만 원에서 4164만 원으로 1.8%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넘치면서 중고차 순환이 빠른 탓에 1%대 감가율을 보였다. 이를 제외한 주요 하이브리드 중고차는 감가율이 0%대에 그쳤다.

8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인스퍼레이션 기준)는 작년 6월(3211만 원)보다 고작 11만 원이 하락한 3200만 원을 유지했다. 감가율은 0.3% 수준이다.

이 밖에 기아 더 뉴 니로 하이브리드 역시 2579만 원에서 2565만 원으로 시세가 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요동치는 국제유가로 인해 전국의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에 들어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미디어펜


이처럼 중고차 시세가 사실상 멈춰있거나 오히려 오르는 배경에는 해당 모델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진 것도 원인이다. 지난달 기아가 선보인 니로 2세대 하이브리드는 출고 대기 기간만 11개월에 달한다.

하이브리드가 상대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 전기차는 시세가 요동치고 있다.

먼저 기아 니로 EV는 8개월 사이 시세가 5.8% 하락했다. 화재 논란으로 시세가 크게 하락했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기저효과 덕에 거꾸로 5.7% 수준 시세가 올랐다.

대부분 중고 전기차 수요는 하반기에 증가했다가 이듬해 상반기에 감소한다. 1분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구매 보조금이 확정되면 이를 겨냥해 신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자연스레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찾는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반기 들어 구매 보조금이 소진되면 전기차 수요는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추경으로 일부 예산이 책정돼도 상반기 대비 규모가 작은 탓에 애초부터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다.

결국 전기차 시세는 상반기에 하락하고 하반기에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반복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신차 출고지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당분간 중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8개월 사이 중고차 시세가 0%대 감가율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상 가격이 올랐다고 봐야 한다"라며 "유가가 더 오르면 하이브리드 이외에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디젤차 수요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