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Q 기준 리스 부채 3166억원…"월 150억원 감당 가능"
지주사 티웨이홀딩스도 현금 부족…유증 통한 신주 인수 가능?
황용식 세종대 교수 "미래 가치 하나만 보고 투자자들 모은 격"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티웨이항공이 대형 항공기를 들여와 LCC 업계 최초 중·장거리 노선 운항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재무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사업 모델을 변경하는 것과 다름 없고, 성공 여부는 미지수여서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 지난 17일 자사 신조 여객기 A330-300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티웨이항공 제공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미디어 데이를 개최해 첫 A330-300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인 성장 차원에서 대형기를 리스했다"며 "우선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오는 5월 싱가포르, 7월 크로아티아, 동계 중 호주로의 운항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까지 A330-300을 3호기까지 들여오고,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 중·소형기 30대 등 총 50대 규모의 여객기단을 꾸려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정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림에 따라 (국토교통부로부터)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 등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따낼 좋은 기회도 있다"며 "두 회사의 결합이 무산된다 해도 미국 서부·하와이·호주 등으로 다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루프트한자 자회사와는 화물 운송 사업 협력 관계를 맺고 항공 위험물 운송 관련 인가도 취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재무제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항공기 리스 부채는 3166억원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 덕에 대형기를 저렴한 값에 리스해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이에 따른 부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2019년부터 국제 회계 기준 변경으로 항공기 운용 리스도 일반 부채도 인식하게 됐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티웨이항공은 A330-300 외 동체를 단축해 항속거리를 늘린 A330-200 도입 계획도 갖고 있다. 리스 부채와 관련, 정 대표는 "월 100억~150억원을 내야 하나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 신조 여객기 A330-300./사진=티웨이항공 제공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2년 연속 15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사측은 올해 시황 회복 상황이 좋으면 500억원 흑자, 그렇지 않을 경우 300억~1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티웨이항공은 운영 자금 910억원, 채무 상환 자금 300억원 등 총 1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안을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통산 네 번째다. 시장에서 끌어온 이 자금은 차제에 도입할 항공기 리스·정비, 재무 구조 개선에 쓰인다.

앞서 재작년 9월 720억원, 지난해 3월 800억원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고, 2020년 7월에는 500억원 수준으로 계획했으나 지주회사 티웨이홀딩스의 여건이 되지 않아 취소하기도 했다. 

티웨이홀딩스의 현재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티웨이홀딩스의 티웨이항공 지분율은 2020년 9월 58.32%였으나 JKL파트너스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희석돼 인해 지난해 3분기 기준 40.92%로 감소했다.

우리사주조합 우선 배정 물량을 빼고 티웨이홀딩스가 받을 주식 수는 1636만8000주로, 이를 모두 인수하고자 한다면 396억1056만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3분기 재무제표상 티웨이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8억원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인 JKL파트너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티웨이항공에 투자하기 전부터 정홍근 대표의 대형기 도입 계획을 종합적으로 따져봤다"며 "티웨이홀딩스의 유상증자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 저비용 항공사(LCC) 여객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따라 운수권 일부와 공항 슬롯 반납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써 타 항공사로 이관될 운수권과 슬롯이 꼭 국내 LCC에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공정위가 외국 항공사들에게도 나눠주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 지나친 낙관론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평도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거리 노선에만 여객편을 띄워왔던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영업에 본격 뛰어들 경우 각종 위험 요소와 변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좋게 보면 피봇팅이고 제2의 창업이며, 사실상 모든 판을 갈아엎고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재무 구조가 취약하고, 매출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미래 가치 하나만 보고 투자자만 모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수차례 유상증자를 해왔는데 성과가 언제 날지 모르며,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같은 차입 경영은 사업체를 근근이 유지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이후 업계 전반이 LCC 본업에도 집중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판에 중장거리 운항이 돌파구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에어아시아가 중·장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해 접은 사례가 있는 만큼 주먹구구식 경영 전략을 갖고 있다면 오판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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