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생산 물량 대폭 늘리기 어려워
오미크론 확산세 꺾이고 안정화 접어들어야
[미디어펜=김견희 기자]"한두 달 새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 감기약 재고가 동난 상황이에요."

부산 사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정 모씨(남)의 말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2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일반의약품과 제조약 등이 약국가에서 품절 대란을 빚고 있다. 

   
▲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진통제 '타이레놀'과 마시는 종합감기약 '테라플루', 잘 알려진 종합감기약 '콜대원'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재고가 바닥났다. 발주를 넣어도 입고가 지연되는 상황. 특히 시럽 제형의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가 없어 어린이들의 처방약 조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정 씨는 설명했다. 

정 씨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 강화로 감기 환자가 줄면서 관련 의약품인 감기약 수요도 주춤했다가 오미크론 이후 급증한 것"이라며 "현재 국내 제약사들도 급작스런 수요 폭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생산 확대를 두고 고심이 깊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중인데도 물량을 감당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며 "이미 연간 생산 계획을 짜놓은 상태에서 변경 후 추가 생산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후 감기약 수요가 그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데 따르는 손실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수요에 맞춰 생산 계획을 무리하게 변경했다가 추후 쌓이는 재고로 발생할 손실도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물량 공급 확대와 함께 매주 의약품 보유현황, 판매량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식약처가 지목한 코로나19 증상 완화 의약품은 179개 업체 1655개 품목이다. 

이 중 일반의약품은 1270개, 전문의약품은 385개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록소프로펜, 에르도스테인 등 해열소염진통제나 진해거담제 등이 대거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감기약 이외의 다른 의약품 생산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일반 감기약 생산라인을 추가하거나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따라서 실질적인 수급난 해소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꺾이고 주춤해지는 5월께는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