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인수금액 전부 투입해도 회생채권 변제율 3.1%
채권단 요구 변제율 50% 충족하려면 2500억원 추가 소요
법원 강제 인가시 협력사 부품공급 거부…M&A 재추진할수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자동차 인수·합병(M&A)이 협력업체 등으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하고 나서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상거래 채권단은 인수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고, 에디슨모터스 측이 이들을 설득할 만한 회생계획 수정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쌍용차 M&A가 원점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 오후 3시에 쌍용차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의 회생계획안 최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회생담보권자인 상거래 채권단이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계획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거래 채권단은 지난 21일 법원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M&A를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상거래 채권단은 상거래 채권 확보를 위해 344개 협력사가 모여 구성한 단체로, 이들 중 258개 업체가 서명한 에디슨모터스 인수 반대 동의서도 함께 제출했다.

인수 반대 동의서에 서명한 업체들은 채권액의 92.3%를 보유하고 있다. 현 상황으로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동의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

앞서 지난달 법원에 제출된 회생계획안에 담긴 회생채권에 대한 현금 변제율이 1.75%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거래 채권단의 반대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채권단은 탄원서를 통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능력과 사업 계획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며 기존 M&A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 전까지 채권단과 변제율에 대해 협의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변제 재원이 될 인수금액 자체가 워낙 적어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수정안을 내놓기는 힘들어 보인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대금은 3049억원이고, 그 중 94%인 2878억원은 회생담보권(2320억원)과 조세채권(558억)을 100% 변제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171억원 전부를 회생채권 변제에 사용한다 해도 현금 변제율은 3.1%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변제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2500억원 이상의 추가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

1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2차 관계인집회를 열 수도 있지만, 획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뀌기 힘들다.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회생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할 경우 강제 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때도 두 차례에 걸친 관계인집회가 모두 채권자들의 극심한 반대로 강제 인가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강제 인가가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회생절차 당시에는 해외 채권자들이 많아 쌍용차의 존속 가치보다 채권회수를 우선순위로 뒀던 상황을 감안해 법원이 강제 인가 결정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채권단의 주를 이루고 있어 강제 인가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상거래 채권단은 탄원서에서 "채권자들의 반대에도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할 경우 일부 협력사의 공급 거부 등에 따른 쌍용차 생산 중단으로 전체 협력사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쌍용차는 파산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가 상거래 채권단을 설득하거나, 추가 재원 확보를 통해 그들이 만족할 만한 변제율을 제시하지 않는 한 쌍용차의 청산, 혹은 M&A 재추진이 불가피하다.

상거래 채권단은 쌍용차를 법정관리 체제로 유지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다시 M&A를 추진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 법원 인가 후 M&A'로 방향을 바꿀 경우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무산된다. 이후에는 쌍용차 스스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새로운 인수자가 더 높은 가격에 응찰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쌍용차가 개발 중인 신형 SUV J100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생산 규모가 손익분기점(월 1만2000대)까지 치솟을 경우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에디슨모터스의 인수금액만을 변제 제원으로 한다면 상거래 채권단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며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청산이나 M&A 재추진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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