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파울루 벤투(53) 감독에게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고국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2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 결과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편성됐다.

포르투갈과 한국이 같은 조로 묶임으로써 조별리그에서 '벤투 더비'가 성사됐다.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뛰며 2002 한일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당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 한국과 함께 D조에 속했고, 마지막 3차전에서 만났다. 

이 경기에서 박지성의 환상적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이기며 16강 토너먼트에 올라 4강 신화를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한국에 일격을 당한 포르투갈은 1승 2패, 조 3위로 탈락하고 말았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로부터 20년이 흘렀고, 벤투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은 한국대표팀  최장수 감독 및 최다승(28승) 기록을 세우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편성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2010년~2014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참가했던 벤투 감독이기에, 한국의 사령탑으로 포르투갈을 향해 칼을 겨눠야 하는 상황이 마음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한국과 포르투갈이 H조에 나란히 속해 맞대결도 벌이고 16강 진출도 다퉈야 한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역대 A매치 맞대결을 벌인 것이 2002 한일 월드컵 때 단 한 번뿐이었고 한국이 이겼다. 포르투갈은 설욕을 벼를 것이고, 벤투호는 다시 한 번 포르투갈을 꺾기 위해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한 가지, 벤투 감독과 한국축구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11월 24일 우루과이와 1차전, 11월 28일 가나와 2차전을 치른 다음 12월 2일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한국과 포르투갈이 1~2차전에서 나란히 2연승을 거두고 동반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편안하게 조 1-2위 다툼을 벌인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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