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반도체 수급난 등 여러 악재 속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2분기, 고마진 차량 위주 생산 및 판매라인 호조…철저한 리스크관리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지속되는 반도체 수급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더해지면서 생산 차질이 확대됐지만, 마진이 높은 비싼 차 위주로 생산과 판매를 늘리면서 수익성을 방어했다. 모처럼 우호적인 환율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 현대자동차·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이를 밑거름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도 철저한 물량관리를 통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22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올 1분기 현대차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16.4% 증가한 수치다. 기아는 같은 기간 매출이 10.7% 증가한 18조 36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판매량이 10만대 가량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양사의 이번 실적은 시장의 컨센서스를 훌쩍 넘어선 규모다. 주요 증권사들은 현대차 1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매출 29조7948억원, 영업이익 1조6484억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0%로, 수익성이 제자리 걸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기아 컨센서스는 매출이 9.6%, 영업이익이 16.9% 늘어날 것으로 제시했다.

현대차의 실적 개선은 고마진 차량 위주로 생산과 판매와 차량 가격 인상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기아 역시 고마진 차량의 RV 비중을 늘리고, 판매 차종의 트림과 사양을 상향 조정하면서 가격을 올린 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기아의 경우 친환경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11만43대로 전년 대비 75.2%나 늘었다.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5.8%를 기록, 전년 대비 6.9%p 확대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부족 영향 지속으로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판매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선진국 중심의 지역 믹스 개선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라며 "또한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 이에 따라 인센티브 하락세가 지속됐다"라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로 재고부족 현상이 지속됐으나,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를 확보하고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통해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한데다, 우호적 환율 영향이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지난 1월 '2022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통해 제시한 올해 연결 부문 매출액 성장률 13~14%,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5.5~6.5%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아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과 연계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함으로써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전 지역에 걸쳐 강력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품 공급선 다변화, 가용 재고 및 물류 효율성 극대화 등의 노력으로 대기 수요 해소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 현대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 SUV,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투싼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사진=미디어펜·현대차· 제공

한편 현대차는 등락을 반복하는 배터리 및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장단기 대응에 나선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25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2022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자동차 산업의 본격적인 전동화 확대 추세에 따라 배터리 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배터리 셀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최근 급등 추세를 반영한 원가 영향에 대해서는 상시 원가 영향을 재산출하고 원가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장단기 대응 계획을 병행하여 추진 중"이라며 "배터리사와 배터리셀사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시행 중인 배터리 원자재 선매입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해 최소 1분기 이상 배터리셀과 양극재 등의 안전 재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배터리사와의 물량 확정 계약을 통한 공급 안정성 확보를 추진하고 파생 상품 등 금융 상품을 통한 대응을 추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일정 부분 배터리 원자재를 직접 구매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이슈와 관련해 협력사 자체 조달에 의존했던 기존의 구매방식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부사장은 "주요 원자재의 전략적인 관리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원자재 시황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 이슈 대응을 위한 전사적인 협의체 신설을 통해, 설계에서부터 가격 인상까지 전사적이고 유기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