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대신 신기업가정신협의회 참여
전경련 위상 회복 빨간불…"대대적인 인적 쇄신 앞서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해 만든 ‘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출범하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쇄신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특히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이 해당 협의회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전경련의 위상 회복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창수 회장과 권태신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정치권과의 절연, 재계 출신 회장 영입 등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이 움츠러들기 시작한 5년 전과 지금의 모습이 다를 바가 없는데 어떻게 쇄신이 가능하냐는 비판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신기업가정신협의회는 오는 24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선포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다. 현재 참여를 확정한 기업은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과 한화, 두산,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현대해상, 현대그룹, 삼양사, 신도리코, 세아제강, 쿠팡 등이다.

협의회는 기업선언문을 통해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선언, 실천하고자 한다”고 했다.

협의회는 기업 본연의 역할인 ‘이윤 창출’ 보다는 ‘사회공헌’ 쪽에 관심을 두고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친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도 협의회의 중요한 명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회공헌이나 ESG 쪽에 치우칠 경우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때문에 ‘신기업가정신’도 중요하지만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전경련의 역할 역시 부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미르‧K재단 설립 과정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폐’ 취급을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해외 순방과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배제됐다.

   
▲ 휘날리는 전경련기.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이후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의 첫 상견례를 준비하며 위상 회복의 신호탄을 알렸지만, 실질적으로 예전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신기업가정신협의회에가 출범하고, 여기에 4대 그룹의 참여가 확정되면서 전경련의 입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대적인 쇄신을 꾀하지 않는 한 전경련의 위상회복은 요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4대 그룹 탈퇴 직후인 2017년 3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1961년부터 주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 온 기존 오너 중심의 회장단 회의가 폐지됐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여명 규모이던 조직이 현재 80여명까지 축소된 상태다.

하지만 전경련의 진정한 쇄신은 지난 2011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 회장이 후임을 찾지 못해 ‘의리’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먼저 자리를 내려놓으면 후임이 왜 없겠냐는 지적이다.

2017년 2월부터 전경련에 근무한 권태신 부회장 역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밖에도 전경련 위상 추락의 원인이었던 정치권과의 완전한 절연과, 기업인 출신의 회장을 영입하는 등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탈퇴하던 시점에도 허창수 회장이 회장이었고, 권태신 부회장이 부회장이었는데 어떻게 그게 쇄신이냐”며 “전경련이 진정으로 위상 회복을 원하고 있다면, 그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을만한 인물 교체 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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