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현장 “크런치 모드 부활”
“MZ세대, 탄력 근무제 따라올지 의문”
[미디어펜=조성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제 탄력적용’을 국정과제로 설정했지만 중소·벤처기업 현장에선 사업주와 젊은 노동자의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 사진=픽사베이


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중기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단체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여섯 개 단체장은 “주 52시간제(근로시간 단축) 단위 기준을 1주일이 아니라 1개월로 하거나 특례 업종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지난 달 26일 중소·벤처기업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은 노동 착취의 열악한 환경을 가진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선의의 제도”라며 “다만 모든 기업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이며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18년 3월까지는 IT업계에선 새로운 서비스 출시 전 업무량이 급증하는 '크런치 모드' 야근이 많았다.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이러한 야근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개편안이 실행됐을 때 살인적인 근무시간 확대가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노동자 입장에선 과거 야만적인 야근문화가 부활할 것이란 입장이다.

여행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종사자 A 씨는 “주 120시간을 노동하려면 주말 휴일 하루를 빼고 20시간씩 일에 매달려야 한다”며 “하루에 9시간씩 일을 해고 퇴근 이후 운동을 했어도 건강이 악화됐는데 밤을 새는 일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면 내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이 오히려 사업주와 젊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스타트업 종사자 A 씨는 “청년들이 수년동안 어렵게 준비해 취업 장벽을 넘어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나가버리는 게 현주소”라며 “각 사업장 여건에 맞게 주 52시간제와 주 4일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몇 명이나 군말없이 이를 따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 4일제 근무 도입 가능성에 대한 사업주의 불안감도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자율적인 주 4일제 근무 도입을 공약했기 떄문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정책 및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마이크로 반도체 공정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의 대표 B 씨는 “주 4일제를 도입한다면 전문 인력의 휴일이 늘어나생산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충원했을 때 인건비 부담 역시 고스란히 사업주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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