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인턴기자] 유병재의 ‘초인시대’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이 반으로 줄었다.

유병재가 극본과 주연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는 tvN ‘초인시대’는 10일 첫 방송 당시 2%(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목받았으나 일주일 만에 1%로 하락했다. 차이는 1%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상 ‘반 토막’인 셈이다.

이유는 분분하다. 그중에서도 유쾌한 재능이 돋보이지만, 폭 넓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 '찌질함' 콘셉트를 살려 예능대세로 등극한 유병재 / 사진=tvN 'SNL코리아', '현장토크쇼 택시',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방송 캡처

유병재는 ‘SNL코리아’에서 B급감성으로 주목받았다. 극한직업이라는 코너에서 다양한 스타의 매니저로 출연해 온갖 수모를 겪어냈다.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주늑든 그의 모습은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이는 MBC ‘무한도전-식스맨 특집’, tvN ‘현장토크쇼-택시’, SBS ‘런닝맨’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그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버린 청년의 SNS는 ‘어록’으로 불리며 날개돋친 듯 퍼져나갔고, 그를 연예계 대세로 만들었다.

‘초인시대’는 유병재가 지닌 스타성의 정점이다. 연애·결혼·취업·대인관계·내집마련 5가지를 포기한 소위 ‘5포 세대’를 B급정서로 대변하면서 유병재는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현실적 인물’을 그려냈다. 덕분에 첫 방송 일부는 편집돼 인터넷에서 ‘공감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드라마와 달라도 너무 달랐던 탓일까, 폭발적인 반응과 달리 시청률은 일주일 만에 하락하고 말았다. ‘수치심을 느껴 얼굴이 달아오르면 마지막으로 자위했던 때로 돌아간다’는 초능력의 정체, 거침없는 육두문자, SNL콩트와 유사한 에피소드의 연속 등이 주로 지적받았다.

   
▲ 유병재는 '초인시대'에서 수치심을 느끼면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초능력자 '병재'를 맡았다 / 사진=tvN '초인시대' 방송 캡처

주인공들은 귀에 못이 박히게 “세상을 구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의 능력은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초능력자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이야기 전개도 상당히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어떤 초능력으로 어떤 사건을 해결할 것인지 던져주지 않은 채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세월호 주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예능프로 상당수가 결방했고, ‘초인시대’ 2회가 방송된 17일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나혼자산다’, KBS2 ‘불타는청춘’, SBS ‘정글의 법칙’ 등 지상파 주요예능도 시청률 하락을 겪었다.

유병재는 제작발표회 당시 “시청률 5% 달성하면 1년간 tvN에서 ‘열정페이’만 받고 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첫 방송 시청률이 2%를 달성하자 그는 자신의 SNS에 토렌트 사이트 링크 50개를 내걸기도 했다. 정말 그 덕분에 시청률이 하락했다면 정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일이다.

아직 윤곽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초인시대’는 방송 2주 만에 폭발적인 관심과 시청률 부진을 모두 겪었다.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유병재는 자신의 SNS에 ‘초인시대 시청률 하락’ 기사와 함께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그 자신이야말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지 않을까. 누구보다 이야기만들기에 고심하며 열연하고 있을 유병재가 제대로 한 번 초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앞서 '초인시대' 시청률 5% 공약을 건 유병재는 자신의 SNS에 방송 다시보기 다운로드 경로를 제공했다 / 사진=tvN '초인시대' 제작발표회 영상, 유병재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