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2년 간 번동 1~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모아타운' 단일 대단지 개발…층수 규제 완화로 수익성 개선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정비사업 시장에서 잇따라 체면을 구긴 코오롱글로벌이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2년에 걸쳐 수주한 서울 강북구 번동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5개 구역이 오세훈표 '모아타운'으로 통합되며 단일 대단지로 개발이 가능해지면서다. 최근 모아주택 층수 규제 완화로 수익성도 개선됐다.

하지만 기존에 5개 구역의 조합 간 이권 다툼 등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축과 구축이 혼재된 모아타운의 특성상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코오롱글로벌이 서울시 강북구 번동 일대에 모아타운 통합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모아주택제도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서울 시내 36만가구 공급 방안'의 일환이다. 모아주택은 신축‧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로 주택을 공급하고 지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방식이다. 사업지가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블록 단위로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을 추진할 수 있다. 

강북구 번동 일대는 서울시 1호 모아주택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제2차 도시재생위원회 수권2분과위원회'에서 강북구 번동 일대를 모아타운으로 지정하기 위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수립과 모아주택이 추진될 번동1~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시행계획안을 각각 통과시키며 오는 2025년까지 기존 793가구를 최고 35층, 총 1240가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좁은 도로로 인한 주차난은 1294대 규모 지하주차장을 마련해 해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방형 편의시설, 보행자 전용도로 등이 함께 조성된다.

이에 번동1~5구역의 시공을 맡은 코오롱글로벌도 수혜를 받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은 △2020년 2월 번동1구역 △2020년 6월 번동2구역 △2020년 12월 번동3구역 △2021년 2월 번동4구역 △2021년 3월 번동5구역 등 번동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코오롱글로벌이 번동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고 한달 후 1~5구역이 모두 모아타운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코오롱글로벌은 5곳의 소규모 재건축이 아닌 단일 대단지 개발이 가능해 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모아주택·모아타운 심의기준'을 개선하며 층수 규제도 완화돼 수익성도 높아졌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올해 하반기부터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모아타운 내 모아주택을 건립할 경우 현재 15층인 층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내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이 있는 지역에서 모아주택을 건립할 경우에도 공공기여 없이 최고 15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서 번번히 체면을 구긴 코오롱글로벌에게 이번 사업이 서울 정비사업 진출의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월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약 6%의 득표율로 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권을 내준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도 약 4%의 득표율로 포스코건설에 참패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번동 1~5구역에) 모아주택제도를 염두해 두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며 "변수가 많은 수주 사업을 원하는 대로 할 수도 없고 각 사업에 집중해서 수주하다 보니 모아타운 지정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시 1호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인 번동 일대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번동 1~5구역의 경우 신축과 구축이 혼재해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지에 비해 노후도가 낮아 일부 주민들이 모아주택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다. 당초 해당 사업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이유도 신축 빌라가 다수 들어서는 등 재개발 요건을 넘지 못했던 까닭이다.

번동 2구역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70대 A씨는 "근처에 신축 빌라들이 들어서는 추세라 장기적으로 전세를 받기 위해 최근 빌라 내부 리모델링까지 마쳤는데 일대를 전부 재개발한다고 하기에 동의하지 않고 일단 어깃장을 놓았다"며 "주변에 주차장이 있는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차난도 어느정도 해결됐고 딱히 재개발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동네"라고 강조했다.

모아타운 지정 전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5만5000㎡ 일대가 5개 구역으로 나눠졌던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5개 조합 간 원활한 협의가 쉽지 않고, 이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서다.

번동 1구역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B씨는 "1, 2, 3구역에서 먼저 작은 규모로 개발을 추진하는가 싶더니 다른 구역 조합과 코오롱글로벌 측이 4, 5구역까지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라며 "좁은 지구에 조합장이 5명이면 어떻게든 대표 격이 있어야 할텐데 누가 빠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번동 일대 모아타운 개발사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번동 1~5구역이 모아타운으로 통합돼 개발이 추진 돼도 5개 조합과 5명의 조합장은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구역 내 신축 건물은 추후에 현금청산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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