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일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 15곳에 시정명령·과징금 800억 부과…투찰 가격 합의 등 지적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 역내 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사들에 대한 처분을 내리자 해운업계가 반격을 예고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공정위는 고려해운·장금상선·SITC 등 국내외 선사 15곳을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76차례 한-일 항로 운임을 담합했다는 것이다. 한-중 항로 운임을 담합한 27개 선사에게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이는 △공동 선적 거부 △선복 제공 중단 △투찰 가격 합의 등에 따른 것으로, 공정위는 올해 초 한-동남아 항로에 대한 담합에 대해 962억원 규모의 과징금도 책정한 바 있다.

   
▲ 수출 컨테이너 부두/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한국해운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조치가 국제관례와 법령에 반하는 일방적 제재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일본 등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반면, 한국 정부만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제 물류 공급망에서 국내 네트워크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해운법과 해양수산부의 지도감독 하에 화주와 협의를 거쳐 신고한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라며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에 의해 수십년간 관리된 곳으로, 이에 대한 제재는 정부 차원의 외교·해운 정책을 근본적으로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동행위로 인한 화주들의 피해 규모 및 해운사들의 부당이익을 입증하지 않았고, 국내 관련 경제단체들의 탄원서 및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화주들의 사실확인서도 무시한 조치"라면서 "이들 3개 항로를 오가는 선사들이 부당이득을 취하기는 커녕 낮은 운임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거듭되는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 공동행위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법의 취지를 명확히하는 등 이같은 혼선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정부기관간 소통을 원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 부산항발전협의회가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공정위의 해운사 담합 과징금과 관련, 문성혁 해수부장관을 향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협회는 "해운법상 협의와 신고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해운법 법리를 무시한 것으로, 다른 국가에서는 협의와 신고를 문제삼지 않는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글로벌 무역 확대를 위한 국제조약으로 인정 받아왔고, 우리 해운법도 이를 국내법으로 수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 대형선사가 우리 항만을 기피, 수출입 화물 해상운송비 증가 및 화주들의 수송 차질 등 다각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처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모순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공정위는 2004년 선사간 공동행위를 해운법에 의한 정당한 것으로 봤고, 협약절차상 문제는 해운법 소관업무로 적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선사의 운송요청으로 부산항을 거쳐가는 환적화물에 대한 과징금도 문제로 꼽았다. 이는 국내 수출입 화주와 무관한 것으로, 이에 대한 제재는 부산항의 강점 및 해운업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무 부회장은 앞서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것은 업계에게 혐의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나올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승소확률이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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