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빠질 확율은 낮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5%대를 넘어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 폭도 가팔라져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가중되면서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물가 상승폭이 서민 생활을 위협할 껑충 뛴데 이어 경기 회복세는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변동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여건 또한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최근 물가 상승폭이 서민 생활을 위협할 만큼 껑충 뛴 데 이어 경기 회복세는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13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2.5%에서 10월 3.2%로 올라섰다. 이후 올 3월엔 4.1%를 기록하며 약 10년 만에 4%대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엔 급기야 5%중반까지 치솟았다.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 속에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6%대도 무리는 아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의 경기 지표도 심상치 않다. 지난 4월엔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개월 연속 하락했고, 경기 국면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를 두고 경지 전환점 발생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흑자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도 지난 4월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20년 4월(-20억 2000만 달러) 이후 24개월 만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데, 4월엔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경상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한은과 정부는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 5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품수지가 악화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세계 주요 경제 기관의 한국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작년 12월(3.0%)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4.8%로 2.7%포인트나 올려잡았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 경제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설명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기본 시나리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은 낮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보는 "2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소비는 예상보다 좀 더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 연구위원도 최근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우리 경제에 경기침체와 높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4%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장 연구위원은 "과거 경기둔화를 우려해 인플레이션 대응에 미흡했던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했던 주요 원인"이라고 부연하며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