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 개발 주도해 대한민국 국가 위상 높이겠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사상 최초로 도전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국제표준화기구 차기 회장 선거에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SO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 후보자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반도체·정보통신·자동차 등 첨단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룰 세터’가 돼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자유무역 발전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국제표준화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활동 순위에서 6개 상임이사국(독일,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과 이탈리아에 이어 8위를 기록했지만, 회장 선거 입후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표준화기구는 표준 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표준기구다. 국제표준화기구 회장은 총회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로 정회원 투표로 선출된다.

ISO 회장의 주요 역할로는 △국제·지역·국가 행사에서 ISO를 대표 △ISO 총회 회의 및 이사회 의장 △타 국제기구 및 의사결정자들과의 교류 등을 통한 국제표준화 증진 △ISO 회원기관 및 이사회에 대한 협력 촉진 등이다.

회장 임기는 당선자가 2년과 3년 중 선택하는 것이 관례인데, 조 후보자는 2년을 선택했다.

조 후보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리더십과 동기부여 능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경영 성과를 창출하는 등 최고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했으며,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법인장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경험을 통해 국제표준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현대모비스에서 전기차 등 미래 사업모델 변화를 이끌어 온 것은 물론, 우리나라 공학기술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공학한림원의 정회원이자 자율주행산업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다양한 산업군과의 소통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계 인사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국제표준 개발 시스템 구축을 주도해 나갈 적임자라는 것이 대내외의 평가다.

이날 조 후보자는 “저는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연구원으로 시작해 28년간 근무하며 최고 경영자의 위치로 업무를 확장해 왔다”며 “경력 기간의 대부분을 기술개발 업무에 종사해 왔고 현재 현대모비스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개발을 회사의 첫 번째 목표로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과 공정운영을 올바르고 안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가이드라인으로서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국제표준에 맞는 기술과 경영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 이상훈 국표원장이 조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자리에 배석한 이상훈 국표원장은 “그간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활동 성과 및 산업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표준화기구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 회장 진출을 도모해 왔다”며 “우리나라는 ISO 이사로 활동 중일 뿐 아니라, 41명의 한국인이 산하 기술위원회 의장과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2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회장에 당선되면 내년에는 당선인 자격으로서 1년 동안 활동을 하고, 이듬해인 2024년부터 2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게 돼 있다”며 “총 3년의 시간은 역할을 수행하기 충분한 기간이라고 생각 돼 2년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ISO 회장직에 진출한 바 있는 중국을 포함해 일본(2회), 인도(2회), 싱가포르(1회)가 회장에 선출된 바 있으며, 차기 회장 선거는 오는 9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국제표준화기구 총회에서 치러지며, 정회원(124개)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회장에 당선된다.

현재 조 후보자 이외에 중국 기계화학연구총원 데청 왕(Decheng Wang) 이사장이 출마했으며, 당선자는 1년간 현(現) 울리카 프랑케(Ulika Franke) 회장(2023년 임기 만료)과 함께 당선자 신분으로 활동한 뒤 2024년 공식 취임하게 된다.

국표원은 지금까지 구축해 온 국제표준화기구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활용해, 회원국별 양자 면담, 지역표준화기구 대상 홍보를 전개하는 등 조 후보자의 선거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