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인턴기자]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한 문장만으로도 가슴을 울리는 영화 ‘연평해전’의 예고편이 23일 공개됐다.

1분 47초의 예고편은 2002년 6월 제2 연평해전 생존 대원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같은 날 벌어진 월드컵 3·4위전 응원현장의 열기와 교전현장의 긴박함이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등장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국가 전체가 추모 분위기인 만큼 제2 연평해전에 대한 관심도 2002년 이후 가장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응은 양분화되며 혼란을 겪고 있다. 16일과 18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는 광화문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이 대립하며 ‘분노의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울분을 터트렸고, 경찰버스 등 기물이 파손됐다. 심지어 태극기를 방화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세월호의 추모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반면, 제2 연평해전은 영화를 통해 분노대신 차분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예고편에서도 목숨을 건 전투뿐만 아니라 이들이 생전 어떤 동료였고, 우리들의 친구였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잠시 잊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이 발발한 날은 월드컵 3·4위전이 치러졌다. 시청 앞에 가득 모인 시민들이 박수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던 그 시간 바다에 선 청년들은 목숨을 내걸고 적과 맞서야 했다.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도록, 마음껏 환호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이렇듯 자유롭게 살아있을 수 있도록 “지켜줘서 감사한”이들을 영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연평해전’은 진정한 추모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1년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유독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만을 가리켰다. 지금이야말로 세월호 희생자와 함께 나라를 위해 산화한 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감사와 함께 유가족을 위로해야할 때다. ‘연평해전’은 이런 의미에서 추모의 전제조건인 ‘기억’을 부탁한다.

제2 연평해전이 발발한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6월 29일 13주기를 앞두고 같은달 11일에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 만큼 이들을 추모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벌써부터 각종 포털사이트 영화관련 게시판은 ‘꼭 보겠다, 잊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 '연평해전' 예고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