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선제적 대응 불가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초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번에 빅스텝을 단행하면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사례가 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증권가는 소비자물가 급등과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세,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채권보유‧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응답자의 99% 가운데 빅스텝을 예상한 응답자는 절반을 넘은 64%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기관 등도 최근 국내의 각종 물가 지표를 근거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올랐다. 이는 5월(5.4%) 상승폭보다 0.6%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승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상승률이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문제는 아직 고점에는 도달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모두 오르고,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속도를 유지한다면 7%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물가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이어가면서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75%)와 미국 기준금리(연 1.50~1.75%)의 상단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간 금리역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대출금리도 더 오를 전망이어서 가계에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무리하게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의 신용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각각 약 16만1000원, 32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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