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여름 휴가 시작…금주 내 해결 못하면 사태 장기화
尹 "산업현장 불법상황 종식돼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다음 주부터 하계휴가가 시작되는 만큼, 이번 주 안으로 유의미한 타협안을 내놓지 못하면 대우조선은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우려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과 하청 간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루하루 대우조선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협상이 불발되면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협의회 대표들이 진민용 삼주 대표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관련 관계장관회의 직후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사태는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 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동료 근로자 1만8000여 명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주요 업무 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자율을 통한 갈등 해결을 우선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 또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 관련해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권력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 해결을 주문한 가운데, 다음 주부터는 여름 휴가가 시작돼 하청지회 불법파업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하청 노조와 협력사(하청업체) 대표, 원청 노조, 원청 임직원 등 4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양측 모두 하계휴가 전에 협상 타결을 마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원청노조와 하청지회, 협력사 대표, 대우조선 측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간 '4자 회견'을 열고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요구안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주 내에도 입장 차이를 조율하지 못하면 사태는 8월 초를 넘기는 장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1도크 선박을 점거하는 등 불법파업을 한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선박을 점거하며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진수(건조한 배를 물에 띄우는 작업)와 다른 공정도 멈춘 상태다. 이에 사내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임직원들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이달 초에는 협력사 4개사가, 지난달에는 3개사가 각각 폐업했다. 하청지회가 본격적으로 불법행위를 시작한 지난해(5개사)를 포함하면 현재까지 12개사가 문을 닫았다. 추가 폐업을 신청한 업체까지 더하면 최소 19개사가 대우조선을 떠나게 된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업체는 대략 200여 곳인데, 10분의 1에 달하는 협력사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상당수 업체가 생존 위협을 받고 있어 폐업신고를 하는 업체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파업은 대우조선 원청 소속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4700여 명)가 아닌, 협력사 소속인 하청지회(400여 명)가 주도하고 있다. 하청지회는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 중 노조가 있는 업체 22개사 직원들로만 구성됐다.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활동 보장 △단체교섭 인정 △상여금 300% 지급 △대우조선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각 협력업체마다 경영상황과 담당 직무 및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데 묶어서 집단 교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대우조선이 추산한 기준으로 현재까지 이들이 입힌 피해액은 이미 7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하루 피해액이 불어나고 있는 만큼, 금주에는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150여 명의 하청노조 조합원 때문에 10만여 명이 고용안정 위기에 빠졌다"면서 "사측이 하청지회를 달래기보다는, 전사 비상경영 선언하며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 하청지회 불법파업은 '노노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원청노조는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청노조 파업으로 원청노조 조합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금속노조가 하청노조 편만 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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