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량 51만여다발·포화율 74.4%…특별법 제정 등 필요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2020년대 후반부터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로 2~3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새울·한빛·한울·월성 원자력본부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51만17다발로 집계됐다. 이는 1년 만에 1만2278다발 늘어난 것으로, 포화율은 74.4%다.

본부별로 보면 고리·한울본부는 80%를 넘겼고, 한빛·월성본부도 70% 이상 채워졌다. 여기에 2분기 물량을 더하면 포화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으로, 특히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많은 중수로 원전 4기를 운영하는 월성본부는 맥스터 7기를 증설했음에도 대부분의 발전소에 저장공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 관련 협·단체 및 기관들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전력 공급 등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주호 원자력진흥위원은 지난 19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한 정책포럼에서 "원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임시저장이든 영구처분이든 저장시설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문재인 정부의 재검토위원회를 거치면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동일한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조정이 어렵고, 무리가 따를 경우에는 현행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의 전면 개편을 통해 2차례 공론화의 건의 사항인 특별법 제정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문자 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처분시설 부지 조사를 시작한다고 해도 37년이 소요, 2060년에 이르러서야 처분장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럽 진출 등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처분장 부지 조사과 건설 및 지하연구시설(URL)의 운영을 앞당기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달초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원자력이 녹색분류 체계(택소노미)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 운영계획 문서화'가 전제조건 중 하나로 설정됐다는 것이다.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도 앞서 "원자력산업계 97.5%가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미확보시 10년내 국내 원전 절반 이상이 가동 중지의 위기에 이르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76.8%가 2년 안에 특별법이 발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 올 1분기 한수원 본부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도(단위 :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운반·저장·부지·처분 등 관리를 위한 연구개발(R&D) 로드맵을 공개하는 등 정부차원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운반 및 저장기술의 경우 미국·스웨덴·핀란드를 비롯한 선도국 대비 80%, 부지와 처분은 각각 62%·57%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104개 요소기술 중 22개는 국내에서 확보됐으며, 49개는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분야별 토론회와 해외 전문기관 자문 등을 거쳐 올 하반기까지 로드맵을 확정한다는 계획으로, 유치지역 지원 및 전담조직 신설 등 특별법 마련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월성본부 환경방사선 준위가 서울 보다 낮게 형성되는 등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기술을 개발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트렉레코드를 쌓으면 발전소 건설과 패키지딜로 수출되는 등 원전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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