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공장 세우고 전략 차종 내세워 점유율 확대
구체화된 미래모빌리티 비전, 브랜드 신뢰도 향상 한몫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일본 브랜드의 독무대였던 동남아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최근들어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시장 점유율로 보면 여전히 일본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현대차그룹의 성장세가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라는 게 업계평가다. 최근 전기차와 미래모빌리티를 준비하고 있는 동남아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포트폴리오와 지속적인 시장 투자가 브랜드 신뢰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3월 인니공장에서 첫 생산된 아이오닉 5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5일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상반기(1~6월) 인도네시아에서 1만2013대를 판매해 전년동기(2990대) 대비 무려 301.77% 급증했다. 시장 전체에서의 비중은 작년 0.8%에서 올해 2.6%로 1.8%포인트(p) 올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토요타, 다이하쓰, 혼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 5개 일본차 브랜드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차 입김이 센 곳이다. 현지 1위인 도요타(14만9461대·31.4%)와 비교하면 아직 현대차와의 판매량 및 점유율 차이가 크다.

베트남에 합작법인으로 진출해 있는 현대탄콩과 타코기아도 같은 기간 베트남에서 각각 3만6397대, 3만5485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판매량은 7만1882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9.3% 증가했다.

이는 동남아 시장 최대 강자로 불리는 일본 브랜드 토요타 판매량(4만3085대) 단일 브랜드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시장 점유율도 38.8%로 끌어올리며 토요타(23.2%)를 15.6%포인트(p)나 앞섰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핵심국가들이다. 하지만 국가 기반산업을 지원하면서 시장에 공을 들인 일본 브랜드가 점유율을 90%가량 차지하고 있어 쉽게 진출할 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시장에서도 친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미래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동남아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당장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현대차그룹에 도움을 요청할 만큼 미래차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신뢰도가 높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과 별도면담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 비전과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유하고 폭넓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융합해 인간 중심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스마트시티 비전은 물론, 자동차,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철도차량 등 모빌리티에서 건설, 수소에너지, 물류까지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AAM, PBV(목적 기반차량),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이 스마트시티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국토 균형 발전과 수도인 자카르타의 인구 과밀 등을 해결하기 위해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신수도는 스마트시티로 건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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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시장에 현지투자를 통해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어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에는 소형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도 출시했다. 스타게이저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겨냥해 내놓은 6~7인승 미니밴으로 브카시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며 향후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건설중이다. 오는 2024년부터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라 추후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측이 추가 모델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조만간 국내 판매에 돌입하는 '아이오닉6'를 비롯한 다른 전기차 라인업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동남아 자동차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울 방침이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경우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순인데 이미 베트남에서는 현대차가 38.8%를 점하며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HTMV)은 지난 2017년 연 6만대 수준의 반제품 조립(CKD)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과를 내게 되면 태국 등 일본 업체가 장악한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며 "기아도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 자동차 유통업체 버마즈 오토와 반조립제품(CKD) 공장을 위한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동남아 지역의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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