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2주만 팔고도 단숨에 2위 올라
싼타페, 7월 국산 중형 SUV 판매 최하위
전기차 과도기 가성비 내연기관 인기 급상승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완성차 시장에서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5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여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완성차업계인 만큼 그 사이에 필요한 가성비 모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형SUV왕좌에 있던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경쟁차들에 밀려 월간 판매 최하위로 처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현대차의 경우 다양한 차종에 필요한 반도체 등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가격 적인 면에서 저렴한 모델에 대한 수요로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 쌍용자동차 토레스. /사진=미디어펜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싼타페의 7월 판매량은 1361대로 전월(2913대)에 비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국산 중형 SUV 중 가장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는 원자재 수급 이슈로 생산이 뒷받침되지 못해 7월 판매가 크게 줄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 자체도 싼타페에게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많이 몰리는 차라면 생산을 절반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이 원활치 않더라도 출고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소비자가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차종별 계약 물량에 따라 일정 비율만큼 생산을 배정하는 게 보통"이라며 "특히 마진이 높은 중형 SUV 정도의 차급은 범용 부품을 우선 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 시장 상황을 보면 반도체 수급 이슈가 해소되더라도 싼타페의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긴 힘들다는 게 업계중론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보여질 수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는 2025년을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의 원년으로 보고 신차개발에 몰두 하고 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모델들로 출시된 전기차도 있지만 해당시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모빌리티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다.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거주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과도기적인 성격이 짙어진 현재의 자동차 시장에서 고가의 차량보다 가성비 위주의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모델이 쌍용차 토레스다. 비슷한 차급의 모델들에 비해 풀옵션기준으로 1000만 원가량 저렴한 토레스는 우수한 다지안에 현존하는 안전편의사양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가성비 모델 범주에 포함된다. 

그동안 국산 중형 SUV 시장에서는 싼타페 외에 기아 쏘렌토, 르노코리아자동차 QM6가 경쟁해 왔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가성비로 똘똘뭉친 쌍용차 토레스가 가세했다. 한국지엠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이쿼녹스도 같은 차급이지만 이 차는 수입차다.

중형 SUV 시장의 '원톱'은 단연 기아 쏘렌토였다. 2020년 3월 4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우수한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차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 현대자동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차 제공

올해 7월에도 6940대의 판매실적으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떼어놨다.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전월 대비 24.1%, 전년 동월 대비 9.5%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싼타페의 최대 적'으로 쏘렌토를 꼽아 왔다. 여기에 새로운 강적이 등장했다. 무쏘 단종 이후 중형 SUV 라인업을 공백으로 뒀던 쌍용차가 다시 시장에 참전하며 내놓은 토레스다. 

'잘 생긴 얼굴'과 '뛰어난 가성비'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은 토레스는 지난달 14일 1호차 인도를 시작으로 실영업일수가 2주에 불과했지만 2752대나 팔리며 단숨에 중형 SUV 시장 2위를 차지했다.

국산 중형 SUV 3위는 르노코리아 QM6였다. 7월 한 달간 2517대가 팔렸다. 전월 4386대의 판매량에서 1800여대가 줄었다. 6월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해소되면서 그동안의 적체물량이 풀리는가 싶더니 기세가 한 풀 꺾였다.

QM6 역시 토레스 출시에 따른 판매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토레스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QM6를 지목해 왔다. 가격 측면에서 쏘렌토와 싼타페보다는 QM6가 토레스와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최저트림도 3000만 원 이상을 줘야 하는 쏘렌토‧싼타페와 달리 QM6는 2.0 LPG와 2.0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2000만 원대 중반의 시작 가격으로 라인업을 구성해 '가성비'를 추구해 왔다.

디자인적 참신함을 갖춘 토레스가 2740만 원의 시작 가격을 책정한 것은 QM6에겐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의 중형 SUV 시장 교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주간 판매로 2752대를 팔았으니 한 달을 꽉 채워 판매한다면 쏘렌토의 맹주 자리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싼타페와 QM6의 상황은 더 암울해질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었지만,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어선 만큼 8월부터 영업일수 내내 판매가 이뤄진다면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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