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철강업계 실적 부진우려
강판가격 인상 승부수 띄워.…車업계 수용 미지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던 철강사들의 하반기 수익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2분기 정점을 찍고 본걱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자동차용 강판의 가격인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판매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자동차업계에서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여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 강판 가격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7월 기업설명회에서도 밝힌 내용으로 가격인상폭이 크지 않았던 자동차 강판을 중심으로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말했고, 김원배 현대제철 열연·냉연사업부장도 "상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양사의 강판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하반기부터 본격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은 지난 3월 11일 톤(t)당 159.79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5일 110.59달러로 떨어졌다. 유연탄 또한 지난 3월 11일 톤당 256달러를 기록한 이후 급락해 지난 5일 183.74달러까지 떨어졌다. 

철강 제품 중에서도 유독 강판 가격 인상을 결정한 건 조선용 후판의 경우 지난 상반기 충분한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과 달리 자동차용 강판은 후판에 비해 덜 올렸다는 분석 때문이다. 

앞서 강판 가격은 지난해 상·하반기에 톤당 각각 5만 원, 12만 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15만 원 올린 데 반해 조선용 후판은 같은 기간 10만 원, 40만 원에 이어 올 상반기 추가로 10만 원 더 올렸다. 지난 2020년 하반기 60만 원 수준이던 후판가격은 현재 110만 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2년 사이 약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에 철강 업계는 자동차 업계와 가격 협상을 통해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폭이긴 해도 이미 세 차례 가격 인상이 이뤄진 만큼 자동차 업계가 철강사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줄 지는 불투명하다. 

자동차 업계는 앞선 원자재가 인상분을 자동차 가격에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가격인상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2분기 실적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반도체 수급 등의 문제로 각각 5.3%·2.7%씩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역시 감소한 것에 이어 연속 판매감소를 보이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다. 

더욱이 하반기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에서 원자제 가격인상으로 인한 리스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 냉연강판./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이전에 부분변경이나 완전변경 할 경우에 가격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선 연식만 변경해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쏘나타 연식변경 모델은 트림별로 38만~98만 원이 인상됐고, 기아의 K5역시 적게는 19만 원부터 많게는 167만 원 인상됐다. 이렇다 보니 추가 인상 결정은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 환경이 지속되면서 원자재 인상분을 완성차 가격에 전가할 여력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철강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하락 여파로 당장 3분기부터 실적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가 한 발 물러서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현대차와 기아는 강판 가격 추가 인상 여부를 하반기 주요 리스크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원가 부담 상당 부분을 자동차 가격에 전가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실적부진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 원자재인 후판가격의 인상이 크게 작용을 한 것으로 복 있다. 

금융감독원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합계는 1조5533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사의 영업적자 합계인 2조9947억 원보다는 48.1% 감소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의 조선업계 손실의 주요원인이 후판가격의 인상으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용 강판 가격인상은 자동차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 적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가 부담 증가가 전망된다"고 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도 "3분기에는 지난 분기보다 재료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원가 부담을 가격으로 전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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