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업계 리스크 보다 배터리 업체 리스크 우려
현대차그룹, 미국 수출 모델에 SK·LG제품…소재 분야 공급변화 필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산 소재가 일정비율 이상으로 들어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차인 만큼 이런 정책 변화에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오는 2024년부터 시행되는 정책이고, 현재 국산차 모델들에는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겨졌다. 이 법안은 12일 하원에서 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후 담화문을 밝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해당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입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새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저소득·중산층 모두에게 세액공제를 각각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소재·부품이 일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먼저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의 절반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자재(리튬·니켈·코발트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40%부터 시작해 2026년에는 80%까지 늘어난다. 

또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은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주요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8년 100%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조건도 달려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소재·부품 공급망 구조를 전면 재조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공급라인 다변화를 진행중인 국내기업들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네이아에도 배터리의 소재 보유량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협업을 통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우회방법은 당장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강화되는 미국 규제에 대응 할 수 있는 여력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등의 보유량이 많기 때문에 원자재 수급에 수월하고 현지 공장에서도 국내 브랜드인 현대차가 전기차를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산부품의 테스트도 바로 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내 생산과 관련해서는 현지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있고, 전기차 전용공장 등이 미국 투자계획에 포함 돼 있어 심각한 우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부 업계 의견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을 갖고,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 GM의 전기차 전용 얼티엄(Ultium) 플랫폼. /사진=한국지엠 제공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지역에 짓기로 하고,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이 공장은 1183만㎡ 부지 위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신 공장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다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 효율성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전동화 추세에 대한 전략적 대응력도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향후 전기차 시장의 수요 확대 및 시장 세분화, 고객요구의 다변화 등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고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인 현지 생산·공급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에 관한 현지 정부의 제도 및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변화될 정책에도 좀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미국 내 생산 모델에 제공되는 전기차 보조금은 GV70 전동화모델 같은 현지생산을 통해 시장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동차 업체보다 배터리 업체들의 소재공급 다변화가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게 업계 내 지적이다. 대부분 소재를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이 유지될 수 있는 기술조건에 충족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연쇄효과에 따른 정책유예 가능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국브랜드 역시 규제에 대응이 힘들어지면 정부에서 정책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만 봐도 LG에너지 솔루션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전기차의 미래비전을 그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의존도가 중국에 높은 만큼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GM의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트럼프 정부때도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국내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약속과 함께  유예 받은 바 있다"며 "이번 역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에서 이미 전기차 공장을 만들겠다고 했고, 계획이 진행 중인만큼 행정조치 상 예외를 둘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빠른 드라이브를 건 미국이지만 연쇄효과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한 속도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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