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임원 회의서 전기차·수소차 속도조절 요구
'선택과 집중'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포석
로보틱스·UAM·PBV 등 활용한 모빌리티솔루션기업 전환 가속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전동화 사업의 두 축인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해 각기 다른 속도조절을 지시하고 좀 더 다각화된 미래전략 구성을 고도화 한다. 

대중성과 수익성이 입증된 전기차 비중은 더 늘리고,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서 성장세가 저조한 수소차 사업에 대해선 당분간 힘을 뺄 것을 주문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분야 등을 활용한 '모빌리티솔루션제공기업'으로의 전환에 좀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2CES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비공개 임원 회의에서 전기차 비중을 크게 늘리되 수소차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낮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속도조절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수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수소 사업에 올인하던 정 회장이 스스로 해당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첫 수소 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수소경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분야가 예상보다 늦은 속도로 발전을 하고 있고, 전기차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판매량은 97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현대차 넥쏘의 주도 속에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지난해 2배 넘게 불어난 판매량과 비교하면 올해는 그 성장세가 정체기를 맞았다. 

이런 성장세에는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수소차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전기차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로 출시된 전기차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트랜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반열에 등극해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들의 참여로 모델이 다양해지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나섰고 소비자들의 관심은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 현대차그룹은 또 한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고성능 버전의 전기차 비전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현대차가 자사의 고성능 N브랜드 콘셉트카 모델 RN22e와 N Vision 74를 공개하면서다. 

이 모델들은 현대차에서 출시되는 일반 모델과는 격이 다른 고성능모델로 극한의 성능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한 콘셉트로 제작됐다. 나아가 대형SUV를 지향하는 전기차 콘셉트카들도 출시되며 전기차 시대의 트랜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완성차 업계 최초로 전용플랫폼 E-GMP를 양산화해 제품을 공개한 바 있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혁신 이미지를 굳히는 시점이 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좀 더 집중해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추가 모델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비전을 발표하고,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모델을 추가해 수정 발표하는 등의 다양한 파생결과물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수소차의 기술력을 발전은 시키되 좀 더 많은 경쟁업체들이 시장 볼륨을 확대하기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 현대차 고성능 대표 콘셉트카 RN22e와 N Vision 74. /사진=현대차 제공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UAM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로보틱스 분야에도 노력을 기울이며 모빌리티솔루션제공기업으로의 전환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같은 미래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만큼 그룹 체질개선에 필요한 로보틱스분야와 UAM, PBV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전략적인 행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사재를 동원해 로보틱스 전문업체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6월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됐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 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들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겼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과 자율주행차, 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예상되고 있다. 

실제 공장의 안전을 감시하기 위한 역할로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스팟이 활약중이고, 조만간 물류작업에는 스트레처가 투입되는 등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이 가능하며,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의미를 밝힌 바 있다.

   
▲ 슈퍼널이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로봇 기술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상황 변화 등을 즉각 감지·대응하는 각종 기술이 융합된 영역으로 미래 모빌리티 및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와의 폭넓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물류·서비스 등 각종 산업으로의 확장도 용이하다.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어 로봇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 등이 널리 활용되는 상황이다.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도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분야의 진출을 위해 사재를 동원해가면서 높은 열정의 보인 바 있다. 

이런 미래 신성장동력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에서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선의 변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순한 자동차를 제작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이동 전방을 관장하는 시스템을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비전은 개발도상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의 국책사업에 지원을 요청받을 만큼 진보된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등 인도네시아 친환경 모빌리티 성장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인도네시아 신행정수도 건설과정에서도 현대차그룹이 클린 모빌리티 등 중요한 솔루션 제공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